-계절
태양이 지글거리는 날들이 계속된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우리는 무방비 상태에서 노출되어 익어간다. 붉은 반점이 피부 속으로 침착되며 들어가 앉는다. 그러다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빗줄기는 데워진 대지를 식혀준다. 한동안 비가 주구장창 내리는 시기가 오면 인상을 쓰며 습한 표정을 짓는다. 눅눅함을 견디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계절 속으로 스며든다.
여름이라는 이름의 계절 속에 앉아있다. 매일 더위와 비구름 속에서 감정이 오락가락한다. 날씨가 좌지우지하는 우리의 감정선은 주체적이지 못하고 객체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고 보면 계절의 감정선들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여름은 무덥고 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계절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은 지친 마음을 쉬어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너무 무더워 학생들에게는 방학이라는 기간을 통해, 성인에게는 휴가라는 시간이 주어지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그 연장선 위의 쉼에 있어서 자중하라고 장마철이 오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템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너무 앞서지도 너무 더디지도 않고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건 그 시기를 수용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물론 자기만의 색으로 삶의 무늬를 그려나가지만 동시에 우리는 공존이라는 사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무더위 속에 공존하며 우리는 또 하나의 계절인 뜨거운 날들을 살아낸다. 그 속에서 너무 강렬해서 감히 맞설 수 없는 태양 아래의 겸손을 배운다. 세찬 빗소리는 잠시 위안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흥분한 감정을 차분하게 해주기도 한다. 너무 들떠있는 마음을 숨 고르기 하는 시간을 선사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여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름의 방식으로 무더위와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한다. 복날이라는 지정으로 몸보신하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한다. 그렇게 삶은 계절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고 보면 공존하지 않는 게 없다. 스치는 바람도, 책상 앞에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계절은 맞서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며 맞춰가는 동행자였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터득해 가는 것이다. 여름 속에 앉아 더위가 주는 잠깐의 속삭임과 교감해 본다. 여름, 넌 변덕스럽지만, 매력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