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둘레길(2)
재환
삶에대한 큰기대가 없을 무렵
저수지 둘레길에 접어들었다
미련을 떨치려 둘레길에 올랐으나
빛바랜 미련이, 추억이
고양이 털처럼 딱달라붙어 떨어지려하질 않는다
멀리서 들리는 목탁소리
더 멀리서 들리는 경적소리
모두 내게 번뇌와 긴장감을
떨쳐내길 소망하는데
난 저수지 물위에 떠도는 구름을 타고
무아지경이 된다
숨어있어야 편안한 병
인공호흡에도 살아나지 않는 병
생식능력도 없어 아무짜게도 쓸모 없는 병
그 미련의 병이
십리길 저수지를 한바퀴 다 돌아
제자리에 팽겨치듯 나를 가져다 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