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연예인들이 자신이 딩크족이라고 하면서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들은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식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딩크족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딩크족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자식이 없다. 무(無)자식이다. 나는 총각 시절에 소위 '2세 계획'이라고 부르는 자녀 계획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보지 않았다. 결혼을 하지 않고는 자식을 낳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식을 낳아 기르는 문제는 후순위였다. 그래서 먼저 결혼할 여자를 만나는 것에만 집중했다. 자녀 계획은 결혼한 후에 세워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삼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도 자식이 생기지 않았다. 부부 중에서 누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 문제일 수도 있다. 내가 40대 초반 나이에 결혼했으니 자식이 생긴다면 내 나이 환갑 때 자식은 청소년일 것이고 노년기에도 자식을 위해 돈이 많이 들 것이다. 이런 재정적인 문제로 자식을 안 낳은 것은 아니다. 자식이 안 생겨서 안 낳았을 뿐이다. 난임이었던 것이다.
자식은 부부의 인연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특별한 존재이다. 자식이 없는 부부가 이혼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우리 부부가 자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는 데는 처가살이가 한몫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갓집에서의 생활은 우리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내와 처갓집 식구들이 나를 이해하고 나도 처갓집 식구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같이 사는 것만큼 빨리 알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 중 어느 변호사 강의를 들어 보니 요즘 이혼상담에 시어머니와 아내 간의 고부갈등 보다 장모와 사위 간의 장서갈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처갓집 생활방식과 우리 부모님 생활방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 나는 우리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으므로 처갓집에서의 생활에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혼 후 처갓집에서 생활할 때 처갓집 생활방식과 우리 부모님 생활방식에 많은 차이점이 있음을 느꼈다. 처갓집 식구들의 장점과 단점들이 보였다. 처갓집 식구들도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모님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풀고자 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나는 처가살이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결혼 생활은 남녀 간에 서로 맞춰 가면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간혹아내와 내가 서로 예민할 때 의견충돌이 생겨 언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같이 살면서 나의 성격이나 상황을 이해하게 된 장모님이 아내에게 잘 말해줘서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고 넘어가곤 한다.
아내가 결혼한 친구들과 만난 후 귀가해서 자식이 없는 자신에 대해 걱정을 할 때가 있다. 노년에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에 대한 미래의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결혼한 친구는 자식을 잘 키우고 있어서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자식이 잘 돌봐 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미래에 로봇 산업이 발전하여 반려 로봇이 자식과 같은 역할을 할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며 위로한다.
장모님은 자식이 없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무자식이 상팔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자식이 있는 것이 장점이 많듯이 자식이 없는 것도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는 돈을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경제적 어려움이 적어질 것이고, 시간적 여유가 생김으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역량을 키워 사회에 공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매우 저조한 나라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거리 곳곳에 눈에 띄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산아 제한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하지 않거나 자식을 낳지 않는 사회 풍토 속에 출산 장려 정책으로 바뀐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과연 우리 부부와 같은 자식이 없는 부부가 상팔자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