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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Jan 28. 2024

처가살이 경험기 (1)

별장 같은 단독주택

20대 후반 청년 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서울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사 가기 전까지 우리 집 식구는 일 층짜리 단독주택에서만 살았다. 주택 뒤편에는 야산이 있고 좁은 골목 사이로 아담한 단독주택들이 담을 맞대며 붙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 아파트에 가려면 산길을 따라 삼사십 분을 걸어가야 했다. 그리고 도착한 친구 집에서 아파트 실내 환경을 처음 구경했다. 하지만 잠깐 들어가 본 것으로 아파트에 대해 제대로 수 없었다.

     

아파트 생활에 대해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강남으로 이사를 간 후부터였다. 아파트의 샤워 시설, 난방, 청소 등 대부분 시설이 단독주택에 살 때보다 편리했다. 강남으로 이사 가기 전 아버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이 닭장같이 답답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사 간 후 실제로 좀 답답할 때도 있었으나 지내다 보니 적응이 되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교통, 쇼핑 등이 편리해서 좋은 점이 많았다.


처갓집은 이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북한산 초입에 위치해 있고 이층에 있는 거실에서 창밖을 보면 북한산이 보이는 전망이 좋은 집이었다. 이 집에서 걸어서 오분이면 둘레길에 갈 수 있었고,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 중에는 별장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동네가 산 초입에 위치해 있어 공해가 적고 조용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 동네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자주 다녔다.


결혼한 지 수개월이 지나자 아내는 나에게 짐을 싸서 처갓집에 가서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나와 단 둘이 사는 것이 외롭고 친정집 식구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결혼을 잘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내의 의견에 동의했고, 아내는 장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그래서 나의 처가살이가 시작되었다.  


처갓집의 일층은 비워 있었고, 이층에는 처남방, 장모님방 그리고 빈방이 하나 있었다. 그 빈방에 나와 아내가 함께 살게 되었다. 아내는 처갓집이 아파트에 살 때랑은 달리 관리실이 따로 없고 겨울에는 추울 수 있으니 불편한 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린 시절 단독주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 집 수리할 때나 겨울철 우리 방에 난방이 잘 안 되어서 불편하게 지냈을 때가 생각났다.


처가살이가 시작되었다고 부모님이 마련해 준 우리 집(강남에 있는 전세 아파트)에 있는 모든 짐을 처갓집에 갖다 놓은 것은 아니었다. 아내와 나는 처갓집에서 지내기 위한 필수 생활용품(노트북, 옷, 신발 등)만 가지고 처갓집에서 지내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지내는 데는 불안한 점이 있었다. 처갓집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 집을 비워놓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아내는 처갓집에서 봄부터 가을까지만 같이 생활하고, 겨울이 되면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내는 추위를 상당히 싫어해서 겨울에는 난방이 잘 되는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겨울에는 우리 집에서 생활했다. 


우리 부부는 매년 이러한 우리 집과 처갓집에서의 이중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생활은 십 년간 지속되었다. 그동안 우리 집은 두 번 이사를 갔는데, 점점 처갓집 근처로 가게 되었다. 결국, 삼년 전 우리 부부는 집에 있는 모든 짐을 처갓집에 옮겨 합쳤고, 나는 '완전한 처가살이'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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