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뿌리 깊은 깡이 없더라도"

그런 사랑이 어디 흔한가요

by myownangle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가만 듣고 있으면 트렌드의 반은 알 수 있다. 최근 3주간 가장 핫한 콘텐츠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우연히 나오는 숏츠 영상만 봐도 눈물이 찔끔거려 본 편은 볼 엄두를 못 냈다. 그 1분 남짓의 영상에서도 뿌리 깊은 깡이라는 단어가 턱 하고 걸렸다.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받아온 사람들은 그것이 있다고 했다. 내가 기 안 죽고 사는 게 부모님 기를 죽이지 않는 거라고, 그래서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왜 자꾸 울려.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성미는 뿌리 깊은 깡에서 오는 것일 텐데도 돌아보면 무한한 사랑만 받은 건 아니었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 나서 필름 카메라의 필름을 매일 한 통씩 썼다고 했다.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사진을 보고 왜 이렇게 찍어대냐고 말할 만큼. 아빠는 꼬물거리는 나를 보고는 보는 것조차 아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안다. 때때로 부모님은 자존심 강한 딸 때문에 곤란해했고, 본인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는 어른 행세를 곧잘 했다. 조용히 방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시계를 멍하니 보면서 울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순도 100%의 아름다운 사랑만 받았으면 좋았겠으나 그러지 못했다. 존경하는 마음속에는 서럽고 억울한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었고, 사랑하는 마음 안에는 또 무언가를 바라고 서운해하는 눈빛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순도 100%의 사랑을 받은 척을 한다. 이건 특히 부모님 앞에서 중요하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날 거라고 약속한다. 자라면서 단 한순간도 누군가를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어른 행세를 한다. 그 말을 들으면 딱 5초 정도는 부모님의 표정에 안심이 스친다. 그걸로 되었다.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삶은 그저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과 같고, 그 길 위에서 만나게 될 누군가가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사랑을 안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 꼭 타고난 관계에서 오는 사랑만 진짜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때는 커서 대단한 사람이 되라고, 누군가의 자랑이 되라는 말보다 그저 너라서 좋다고 말하는 사랑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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