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음식에 배부름을 구하지 않고, 주거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일을 성실하게 하고 말을 삼가며, 도(道)를 지닌 사람을 가까이하여 자신을 바르게 한다. 가히 학문을 좋아한다고 이를 만하다.
인간의 삶에서 의식주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어야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을 넘어서려고 하다 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편안함과 배부름을 구하는 것은 개인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것이니, 유교에서 강조하는 도덕적 인간인 군자(君子)가 우선으로 추구할 일이 아니다.
살다 보면 '말'때문에 곤란을 겪은 일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친구 사이에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험담을 한다거나, 그저 농담으로 한 말 때문에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군자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서양 철학자 에픽테토스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침묵하거나, 꼭 필요한 것만 몇 마디로 말하라. 그런데 드물게는 그 상황을 무언가를 말하도록 요구할 때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할 것이지만, 그러나 일상적인 어떤 것에 관해서도 말하지 말라. 즉 검투사에 관해서 말하지 말고, 경마에 관해서 말하지 말고, 운동 경기자에 관해서 말하지 말고, 먹을 것이나 마실 것에 관해서 말하지 말고, 모든 곳에서 말해지는 것들을 말하지 마라. 특히 사람들에 관해서 그들을 비난하거나 칭찬하는 혹은 비교하는 말을 하지 마라.
-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유교에서 말하는 도(道)는 보통 인간이 살아가며 따라야 할 도덕원칙을 말한다. 논어의 한 구절에서 공자가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꿰뚫는다"라고 말하였는데 증자는 공자의 도(道)란 충(忠)과 서(恕) 일뿐이라고 말했다. 충은 마음에 거짓됨이 없는 것이고, 서는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보아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는 것을 말한다. 충과 서를 갖추고 있는 사람을 가까이하면 배울 바가 많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이 바르게 된다.
자신의 편안함과 배부름을 우선시하지 말 것, 말을 삼가고 행동할 것, 도덕적인 사람을 가까이할 것. 이런 것들은 아주 단순한 일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공자는 국어, 수학, 영어 같은 과목들을 공부하는데 힘쓰는 사람을 두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올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 3월 17일 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