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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사람이 옆에 있어도 괜찮은 이유

질투와 불안으로 가득했던 내 인생이 어떻게 평화로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

by Lee Anne

프리뷰 (더보기 전 보여지는 글)

나보다 키 크고 예쁘고 똑똑한 사람들이 옆에 있을 때, 나는 항상 작아졌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모델 같은 딸들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건 질투와 자격지심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졌는지,
그리고 진짜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나를 작아지게 만든 ‘예쁨’

인생의 절반 동안 나는 그냥 ‘보일 만큼’ 예뻐지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워서 주목받고 싶은 게 아니라, 투명인간처럼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요.

외출 전 화장을 몇 번이고 지우고 다시 하고,
머리와 옷도 반복해서 바꾸는 건 일상이었습니다.
풀타임 직업 같았죠.
월급은 없는데 스트레스는 많고 피로는 만렙인 그런 일.


보이지 않는 순위표

사람 많은 공간에 들어가면 무의식 중에 스캔을 시작했습니다.
나보다 예쁜 사람, 날씬한 사람, 당당한 사람은 몇 명?
그렇게 비교하고는 내 존재를 줄이고 또 줄였죠.

그건 본능이 아니라 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훈련은 내가 ‘덜’하다는 믿음을 강화했습니다.


‘한국인’이지만 아닌 것 같았던 나

나는 미국 중서부에서 자란 한국 입양인입니다.
백인 기준의 미도 아니었고,
한국적인 미의 기준도 몰랐지만
어쩐지 나도 모르게 그 기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13살 때, 나는 쌍꺼풀 테이프를 붙이고 잤습니다.
코 집게로 콧대를 세우려 애썼죠.
그게 한국인이 된다는 걸까요?


질투는 나의 동력, 그리고 독

질투와 자격지심은 내 경쟁심을 키웠습니다.
다른 사람뿐 아니라 나 자신과도 끊임없이 싸웠죠.
그건 나의 생존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을 자격을 얻기 위해서요.


필과의 챕터: 달리는 사랑

필은 내 이전 연인이었습니다.
함께 세계 메이저 마라톤을 뛰고,
스키, 자전거, 카이트서핑을 했고,
유타주 파크시티로 이사해 집을 사고, 리노베이션하고, 또 팔았습니다.
늘 움직이며 바쁘게 살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필은 고등학교 시절 나를 쳐다보지 않았던 ‘이상형 백인 남자’의 화신이었습니다.
그가 날 선택했다는 사실은,
내가 무언가를 극복하고 있다는 착각을 줬죠.


우리가 찾는 사랑은,
어쩌면 과거에 우리를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이번에는 '보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국 가장 먼저 봐야 할 사람은 나 자신입니다.


필은 나를 고쳐주진 않았지만,
진짜 사랑을 만날 준비를 하게 해줬습니다.


그러다 만난 톰

작년 9월, 나는 51년 만에 한국을 찾았고
그곳에서 톰을 만났습니다.

그는 잘생기고, 세련되고, 매너도 완벽한 사람입니다.
심지어 모델입니다.

대부분의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죠.
그런데 나는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편안했습니다.

톰 역시 한국 입양인으로, 스웨덴에서 자랐습니다.
입양인끼리 연애하는 건 처음이었고,
그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내 안의 깊숙한 문 하나를 열어주었습니다.


아름다움 옆에서 흔들리다

사실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불안했고, 몸도 아팠습니다.
그와 그의 딸들 옆에 있으면,
나는 ‘못생긴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죠.

그의 딸들은 반 한국, 반 스웨덴입니다.
아름답고, 똑똑하고, 다국어도 합니다.
심지어 톰과 함께 셋 다 키가 185cm가 넘습니다.

그 옆에 서 있으면
나는 키도 작고, 틀린 퍼즐 조각 같았습니다.
예전의 자격지심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왔죠.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나는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경쟁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러워졌습니다.

이제는 자랑스럽습니다.
그들을 알게 된 것도,
그들과 함께인 것도,
이 세계의 일부가 된 것도요.


화장, 네일, 속눈썹 없이 자유롭게

아이러니하게도,
필과 함께 마라톤 훈련을 하면서 나는 외모에 집착하던 나를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화장 없이 나가고,
머리는 묶고,
손톱도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죠.


존재로서의 사랑

톰의 아름다움은 나를 작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를 확장시켰습니다.

그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의 피클볼 경기 성격을 보면 알 수 있죠!)
하지만 그의 외모가 아니라
그의 ‘존재감’이 나를 붙잡아 줍니다.


반전의 결론

진짜 사랑은 내 불안감을 없애주지는 않지만,
거기에 불을 지피지도 않습니다.

나는 단지
아름다워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보이고 싶었던 겁니다.
선택받고 싶었고,
거울을 지나칠 때마다 스스로를 덜 고치고 싶었죠.

이제 알았습니다.
문제는 내 얼굴이 아니라
그 안의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마음이었다는 걸.


이제는 내가 나의 아름다움입니다

진짜 아름다움은
닳지 않고,
나이들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것에서 나옵니다.

그건 ‘내면의 근육’과 같고,
노력과 연민, 존재감, 진실함에서 길러집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
이제는 내 것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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