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점점 웃을 일이 없어진다고 어른들이 말하곤 했다. 어찌 된 일인지 나는 매일 빵빵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분명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에도 말이다. 올해 나는 6살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아직 선생님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가끔 억지로 내 무릎을 파고들어 엄마라고 부르는 애교쟁이들이다. 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입가에 웃음이 가시는 날이 없다. 지긋이 웃는 것이 아니라 ‘하하하하‘ 내 웃음소리가 민망할 지경이다.
꽤 오랫동안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었기네 1학년 담임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교사의 손이 가지 않으면 학교 생활이 순탄지 않은 나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급식 시간에 요플레 뚜깡 20개를 벗겨 주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는 웃으갯 소리가 있을까. 그런데 나는 6살 아이들과 코드가 잘 맞는다. 아마도 내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며칠 전 놀이 시간에 공놀이를 하다 20명 아이들을 상대하느라 거의 실신 지경에 이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깔깔 거리며 내 핸드폰을 뺏어 그 모습을 찍더니 부모님들께 꼭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다. “얘들아, 선생님 좀 봐. 꼭 바람 빠진 풍선 같아.”
“아니야, 선생님 놀리면 안 돼. 풍선은 뚱땡이란 말이야.” 아이들 사이에 진지하게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선생님은 늙어서 이제 힘이 없어. 조금만 쉴게.”
“그런데 진짜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대답을 멈칫거리는데 한 녀석이 말했다.
"스무 살이에요?"
“아니야, 우리 큰 언니가 스무 살이야. 100살?” 까르르르 웃는다. 나를 놀리는 재미에 푹 삐졌다.
“교장 선생님보다는 나이가 많죠?” 충격적이었다. 참고로 우리 교장선생님은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남자 선생님이다. “너무한 거 아니야? 선생님 삐질거야.” “ 맞잖아요. 교장선생님은 우리랑 놀아줘도 힘들다고 안 해요.” 흠… 가끔 놀아주고 젊은이 대접받는 교장선생님이 부러웠다.
이 이야기는 그냥 일상 속의 한 부분이지만 우리가 대화 상대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많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사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다. 내가 어릴 적 선생님들은 무섭고 권위적이었다.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워낙 오래전 이야기라 비교하기가 민망하지만 그 기억들이 지금의 내가 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어설픈 몸놀림에도 목젖이 훤히 드러나게 웃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아이들의 등굣길도 내 마음처럼 가벼웠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교장선생님의 인기를 누를 수 있을지 매일 행복한 고민을 한다. 몸게그를 더 연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