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살아내시는 선생님께 깊은 울림이 있어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이런 적극성은 없는 사람인데 용기를 내 보게 되었습니다.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아가며 하루하루의 몫을 쥐어짜 내고 있지만, 선생님 덕분에 조금 의지가 되고 든든한 하루입니다.
감사합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내 브런치 글을 읽고 메일을 보내왔다. 장문의 편지였지만 일부를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다.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막막한 터널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다시 우울함이 집어삼키고 무기력해진 나를 보면서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내심 혼란스러웠다.
이젠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생겼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글을 보고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겪었던 어둠 속에서 내게 필요했던 것은 단 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어깨를 내어 줄 사람이 아니라 내 우울함이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줄 사람, 그리고 앞으로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사람이었다. 그때 나는 의사 정경을 만났다.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오후 이 여사가 여행을 위해 집에 오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불편한 마음이 눈에 보인다. 가방을 내리자마자 바닥에 엉망으로 널브러진 빨랫거리들을 정리하시는 것이 보기 싫었다. 내 살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도 도통 들은 체를 안 하신다.
저녁을 먹고 이 여사에게 차를 마시러 나가자고 제안을 했다.
둘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내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아, 아무리 사람이 힘들어도 할 일은 조금씩 하면서 살아야 한다. 눈에 보일 때 풀을 뽑아야지, 안 그러면 풀밭이 돼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거다. 힘들어도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여라.”
“엄마, 눈에 풀이 보이는데, 뽑을 힘이 있으면 그건 병이 아닌 거지. 뽑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그걸 못하니 병이지. 약 새로 받아왔으니까 나아지겠지.”
이 여사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음이 아팠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이 여사는 벌써 대청소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가서 니 일해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딸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주고 싶어 하는 이 여사를 보면서 미안한 마음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언제쯤 엄마의 마음 한쪽에 있는 돌덩이를 내려 줄 수 있을까?
오늘까지만 아프고 싶다.
내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 여사와 웃으며 즐거운 여행을 즐기고 싶다.
아마 나는 내일 이 여사와 환하게 웃는 사진을 포스팅 한 여행 글을 쓸 것이다. 지랄 맞은 우울도 그 정도 눈치는 챙겨주지 않을까? 새로 받은 약이 효과가 있었으면 한다.
나와 이 여사,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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