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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Jul 20. 2024

향기는 설득할 필요가 없다

아침 산책을 할 때

청아한 새소리를 감상하다가

여름만 되면 매미의 소음에 귀가 아프다

새소리가 음악처럼 들리고

매미소리가 소음처럼 들리는 것은

음의 강도와 여백의 차이 때문이다


사람들의 말습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부드럽고 단아하고

여백의 여유를 느끼게 하는

성숙한 사람들에게서 큰 매력을 느낀다

거칠고 강하고 확신에 찬 웅변가들에게

아쉬움을 느끼다가

송신스럽고 질려서 멀어지게 된다


맹렬한 매미소리를 들으면

분수에 맞지않는

불평과 분노를 쏟아내는 용심덩어리의

어른 아이 같은 추한 느낌이 들어

나도 반성을 해보게 된다

7년을 지하에서 애벌레로 기어다니다가

지상에서 7일을 머무르면서

매미는 따가운 소음대신

조금 우아하고 고운 소리를 내고 가는

시스템이면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아쉽다!


새소리처럼

청아하고 아름답게 말하는 사람들 부럽다

평생을 그렇게 우아하게 살아온

몇몇의 지인들이 떠올라

물질적인 능력의 여부를 떠나서

새삼 존재 자체가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만한 지혜와 자신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추태를 부리는 대신

아예 입을 다물고 침묵 속에서 경청하며

세상을 관찰하는 자세로 배워가면서

통찰의 힘을 키워가도 좋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더 이상 정 때문에 이어지는 세상은 아니다

단순히라도 유쾌하고 즐겁거나

하나라도 배울 게 있고 존경심이 있을 때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

인연을 함께 가꾸고 길게 이어간다


스스로 자신을 진심으로 존경하거나

자기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고 나면

누구를 만나도 좋은 인연으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다가

인연이 다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결별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존감이고 아름다움이다




치자꽃은

한송이만으로도

자기의 둘레를 향기로 덮어버린다


향기는 구걸하거나 설득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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