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명의 엄마들

어느 밤 아랫배가 아팠다

by 새아

내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여자 3은 이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시켜놓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부터 나를 알고 있던 사람처럼 나를 발견하자마자 자연스러운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아는 체 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근래에 수술을 받았다고요. 몸은 좀 어때요?” 마취과 선생님에게 나에 대한 설명을 한차례 들은 그녀였다.


“잘 회복되었어요.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어제는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회복이 빠르네요. 이제 힘든 일은 다 지나갔어요. 모든 게 더 좋아질 거예요. 아, 저희 음식 주문 먼저해야죠.”


그녀는 저녁을 간단하게 먹는다며 아보카도와 새우가 들어간 샐러드를 주문했고, 나는 토마토 베이스의 콜드파스타와 레모네이드를 골랐다. 식사가 나오기까지는 10분 정도 걸렸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잘 따라야 해요. 내 남편은 우리의 질병 관련해 연구를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모두 그이가 결정하고 있죠. 우리 한 명 한 명의 기록이 연구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


“우리가 모두 같은 수순을 밟고 있나요? 예외적인 증상이 나타나진 않았어요?”


“지금까진 모두가 예외 없이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내 남편이 나에게 모든 걸 공유하진 않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건 A 씨가 처음일 거예요. 적어도 한국에서는요. 이 현상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대요.”


그녀는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얼굴이 결코 따스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조차 같은 일을 겪고 있으면서 마치 제삼자처럼 남일을 전하듯 이야기했다.


“놀랍네요. 전염병 같은 건가요?”


“전염되는 병은 아닌가 봐요. 이제 전염병은 지긋지긋하지만, 오히려 전파력이 있으면 이해가 쉬운데 말이에요. 어떤 영문인지 동시에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원인을 알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걸까요.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들으신 게 있으세요?”


“얼마 전 남편에게 들었어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도에서 1년 반 정도 전에 첫 환자가 나왔대요. 그러고는 어디가 두 번째랄 것도 없이 확산되었나 봐요. 지금 수집된 케이스만 몇 사람이 될 거 같아요?”


“가늠이 안되네요. 제가 아는 사람은 14명이에요. 같은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인데, 이 병원에서만 해도 제가 모르는 사람들은 더 많겠죠. 한국만 해도 200명 정도 될까요?”


“비슷해요. 250명 정도인데 하루가 멀다 하고 환자가 생겨나니까 금방 불어날 거예요. A 씨를 제외하고 모두가 아이의 엄마고요."


250명 중에 저 하나만.”


“맞아요. 모두 임신 경험이 있는 중년 여성들이에요. 폐경을 맞이했거나 폐경에 가까운 사람들이죠. A 씨가 유독 젊기도 해요. A 씨의 사례를 듣고 뭔가 어색함을 느꼈는데 바로 그 점이었어요. 남편과 연구소 사람들도 주목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 임신 여부를 주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이에요. 아이가 없는 환자는요.”


“총 몇 명이죠? 모든 나라에서요.”


“집계된 것만 2만 3천 명이에요. A는 임신 경험이 없는 게 정말 맞는 거죠?”


“네, 없어요. 적어도 제 기억으로는요.”


“그래요. 그건 병원 기록에도 남아있어요. A 씨는 임신했던 기록이 없어요. A 씨 본인이 예외 케이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양상을 보이진 않고 있고요. 유전자 검사 일정은 잡아놓았나요?”


“아니요. 아직이요. 병가를 많이 내서 휴가를 쉽게 쓰기가 어려워요.”


“하루라도 빨리 검사를 받아봐요. A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니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본인이 이 미스터리의 병을 치료하는데 중심에 있게 되는 거예요. 얼마나 가치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나는 내일모레면 딸이 있는 호주로 떠나요. 계획은 한 달이지만 더 머무를 수도 있을 거예요. 호주에서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면 좋겠어요. 연구에 진전이 있을만한 어떤 단서에 관한 것 말이에요. 그게 A의 역할이 될 수 있어요. 온 지구의 여성들을 위해서요.”


여자 3의 눈은 부담스럽게 반짝였고, 그녀의 말은 나를 압박했다. 그런 그녀를 앞에 두고 제대로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거니 너무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겠어요. 당장 유전자 검사만 해도요. 다른 분들과 다를 바 없는 결과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있는 그대로 나의 생각을 전했다.


“그렇죠. 맞아요.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죠. 아무튼 나는 있는 사실을 A 씨에게 알려준 거예요. 그나저나 제가 나가고 있는 모임에 A 씨를 소개해줄까요? 나는 당분간 나가지 못하지만, A 씨가 원한다면 다음 모임에 A가 초대될 수 있도록 주최자에게 이야기해 놓을게요.”


그녀의 제안에 수락하여 다음번 모임부터 그녀의 모임에도 나가기로 했다.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번 나가고 그 후부터 계속 참석할지는 나중에 결정해도 될 문제였다.





그녀와 헤어져 집에 도착한 시각은 8시 넘어서였다. B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 달 들어 B는 주에 몇 번이고 10시가 다 돼 집에 돌아왔다. 모든 설계가 다 끝났다고 한지는 꽤 되었지만 수정 사항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모양이었다.


프로젝트 막바지인 B에게 오늘의 일을 말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을 했지만, 이 병으로 인해 B와 나의 사이에 비밀이 생기는 일이 잦아졌고, 더 이상 B에게 숨기는 일이 생기면 우리 간의 신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와 대화하기 위해 관심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10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B에게 연락을 하자 좀 더 늦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고, 나는 다소 실망한 채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B의 방문을 열자 그는 인기척에도 잠에서 깨지 않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든 그를 두고 나는 먼저 출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