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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Aug 25. 2022

초빼이의 노포 일기 [광주 금남로 꽃담]

새참을 받아먹는 듯한 육회 비빔밥에 낮술을 

어머니가 전남 나주분이시라 외가인 나주를 어려서부터 자주 갔었는데 그 시절의 몇 가지 기억은,

어린 나에게 전라도 음식은 너무 매웠다는 것과 외가 식구들이 홍어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 그리고 모두들 육회에는 어떤 양보도 없었다는 것 정도?


냉장고도 변변치 않던 시절,

육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소를 도축하여 공급하는 공급원이 바로 인근에 있어야 가능한 축복이었다. 광주는 그런 의미에서 양질의 소를 공급하던 함평과 나주평야를 바탕으로 번성한 농업으로 소가 넘쳐 났던(?) 나주를 지근에 두고 있어 소고기의 공급이 원활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국이 인정하는 전라도 특유의 손맛이 더해지면 그 무엇이 맛이 없을까? 어쩌면 신던 신발마저도 전라도 분들이 양념을 하고 요리를 하면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할 수도 있을 거라는 발칙한 상상도 해 본다. 


금남로 4가에 있는 꽃담은 1958년부터 3대를 이어 운영해 온 광주의 노포 식당이다.

중간중간 상호를 바꾸긴 했지만 현재의 자리에서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중. 사람 나이로 치면 이미 환갑이 넘은 업력인데 그 오랜 시간을 영업해 오기 위해선 사람들을 끌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


넓은 소쿠리(?)에 찬들이 담겨 나온다. 


이 집의 '무언가'는 바로 육회와 육회 비빔밥. 

이 메뉴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점심 전 11시 30분경에 방문했는데도 단 한 좌석만 남아 있었다. 좌석을 메운 사람들은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부터 젊은 2~30대 사람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것을 보면 몇 세대의 입맛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음식을 낸다는 의미이리라. 


이런 모습들이 가장 이상적인 노포들의 모습이라 보는데, 특정 연령대의 손님들에게만 어필하는 것이 아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그런 음식을 낼 수 있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음식의 종류, 재료, 그리고 그들만이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고유의 맛 등이 적절히 잘 어우러지고 그것을 잘 지켜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충분조건처럼 반드시 필요하다.


돌솥 육회 비빔밥이나 육회 비빔밥을 주문하면 소쿠리에 담긴 찬이 먼저 나온다. 꼬꼬마 시절 어른들을 따라 논에 나가 구경만 했던 새참상을 받는 그런 느낌.

반찬으로 나오는 보쌈고기도 잘 삶아졌고 매일 무친다는 굴젓 향이 가득한 겉절이도 예사롭지 않다.



처음 맛 본 찬이 참나물 무침이었는데 너무 향과 맛이 좋아 한번에 무장해제당한 느낌. 땡초를 다져 올린 톳과 식감이 예술이었던 연근, 그리고 이 집의 내공이 가득 담긴 김치 한 조각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미리 나온 보쌈 반찬(?)과 밥과 함께 나온 육회에 낮부터 술을 즐기시는 어르신들이 꽤 많이 보인다. 

이분들에게는 이런 패턴일 일상인 듯한데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건 멀리서 찾아온 객의 작은 시샘이라고 해야 할 듯. 함께 한 마눌님이 알아서 호텔에 데려다주겠지 하는 마음에 나도 스리슬쩍 소주 한 병을 주문. 


육회비빔밥이나 돌솥 육회비빔밥의 육회는 작은 접시에 별도로 내어 온다. 

고추장 양념이 된 듯 붉은색을 띠지만 막상 한 젓갈 입에 넣으면 양념 맛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순수한 생고기의 질감이 혀끝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다. 눈에 뻔히 양념이 보이는데 양념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육회라니....!


돌솥 육회 비빔밥도 괜찮고, 육회 본연의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육회 비빔밥을 추천한다,




식사가 끝날 즈음, 

스윽 옆에 내려놓고 가는 숭늉으로 입가심하면, 바로 이 집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생강 식혜를 맛볼 수 있다. 반드시 맛보아야 할 이 집의 진미 중 하나. 잊고 지나가면 땅을 치고 후회할 레어템이다.

오래된 식당이라 물그릇 하나하나, 찬 접시 하나하나에 오롯이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이 집에서의 또 하나의 재미.




광주에서 육회나 육회비빔밥을 드시고자 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집. 그리고 낮술 하기 좋은 집.

광주 금남로 4가 ‘꽃담’




[메뉴추천]

1. 1인 방문 시 : 육회 비빔밥 또는 돌솥 육회 비빔밥 + 소주

2. 2인 방문 시 :  육회 비빔밥과 돌솥 육회 비빔밥 + 소주

3. 3인 이상 : 육회 비빔밥과 육회 주문 또는 고기 구이류를 주문 + 소주 (육회는 꼭 추천하고 싶다)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주차는 가게 앞에 가능하나 빈 시간을 찾기 힘들다. 바로 5미터 옆에 민간 주차장이 있다. 

2. 금남로 4가 전철역을 나오면 3~4분 거리 

3. 외지인이라면 광주 시내 관광을 곁들인다면 더 좋을 듯. 걸어서 2분거리에 금호시민문화관이 위치하고 

    있고, 인근 국립 아시아 문화의 전당도 한 번 둘러 보시길 권장한다.

4. 금남로 자체가 광주민주화항쟁의 주요 무대였으므로 그 지역을 찬찬히 걸어보는 역사여행도 추천하고 

    싶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도 금남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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