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근무하는 아따씨는 매장관리를 맡고 있다. 직원이 많지 않은 곳에서의 업무분담은 사치이기도 하기에 한 사람의 직원이 대부분의 일을 알고 있어야 하는 편이지만 파트를 나누자면 그렇다. 매장관리는 매장의 물품들을 챙기고 채워 넣는 일을 하며 물품의 재고유무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자연히 크고 작은 박스들을 개봉하기 위한 도구들과 손을 보호하기 위한 장갑은 지니고 있어야 업무에 수월하다. 그런데 아따씨는몸을 가뿐하게 다니며 아무런 도구 없이 매장과 창고를 드나든다. 그날도 카운터에서매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아따씨를 보고 멈춰 세워 물었다.
"아따씨야! 일에 필요한 도구들은 주머니에 들어 있어요?"
"예? 아뇨."
"그럼 칼이 필요하면 다시 와서 가져가는 수고들을 하신단 말씀인가요?."
"뭐 그렇지요."
"뭐라고요. 내가 아따씨 파트에 일을 해 봐서 아는데 칼과 필기구는 한 몸입니다. 그런데 그런 도구들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요?"
"너무 무겁고 번거로워서 귀찮아요."
"뭐라고요? 그 작은 도구보다 아따씨 살이 더 무겁겠지요. 어째서 살만 들고 다니십니까?"
그 순간 사장님과 그가 웃었다.
"아니! 사장님! 지금 웃었어요? 너도 왜 웃어"
컴퓨터 모니터에 얼굴을 숨기며 웃다가 들킨 사장님과 대놓고 웃는 그에게 아따씨가 따지듯 물었다. 그리고 나에게 반격해 왔다.
"아니! 과장님! 살만 들고 다닌다니요.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분들의 비난을 받으실 겁니다."
"왜 그리 흥분하십니까? 사람이라면 살이 있는 게 당연한 건데 살만 들고 다닌다는 말이 왜 이상한 겁니까? 내가 도구 없이 나가도 살만 들고나가는 겁니다."
"아니잖아요. 지금 나 살 많다고 놀리는 거잖아요. 나는 내 살들을 사랑합니다. 어떻게 먹으면서 유지하고 있는 살들인데요."
"흥분하지 마시고요. 맨 몸으로 다니지 말고 일을 하기 위한 도구들을 몸에 지니고 다니란 말이었습니다. 놀렸다고 생각하시면 미안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아따씨의 시간과 손을 보호하기 위한 말이었으니 본질을 흐리지 마세요."
장염으로 아팠던 사장님에게 살을 날렸다는 말이 내 마음속에 맺혀 있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아따씨의 가벼운 몸을 보고 살만 들고 다닌다는 말을 해버렸다. 말을 뱉고도 미안했지만 사장님과 그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매장은 우리의 웃음소리와 아따씨의 고성으로 가득했다.
그날 이후 아따씨만 보면 웃음이 났다. 그냥 그녀의 모습 자체가 코믹이었다. 뒤통수만 봐도 웃음이 났고 옆모습만 봐도 웃음이 났다. 실제 아따씨의 살도 말랑말랑하니 슬라임 같다. 문구점에 어울리는 살들인 만큼 왠지 모르게 내 마음도 말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