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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May 08. 2023

장례_일포

여덟 상주

2022. 7.2.(토)

제주도의 장례는 육지(내륙본토를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라고 부른다)와 달라서 발인 전날을 '일포날'이라 부르고, 이 날에만 문상객을 받는다. 어제는 가까운 친척, 동네에 어머니와 각별했던 할머니들만 장례식장에서 우리와 같이 있었다.  문상객은 없어도, 장례식장을 지켜 앉아 있어 주는 것이 그분들이 고인에 대한 예와 마음을 표하는 방법이었다.


오늘이 일포날, 문상객을 맞는 날이다.


어머니 영정사진 앞으로, 이제까지 어머니가 출판한 책을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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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눈에는 상복 입고 오가는 세 남매가 상주로 보였겠지만, 내 눈에는 어머니 사진을 앞에서 호위하는 이 책 다섯 권도 상주였다. 삼 남매야 어머니로부터 육신을 입어 이 세상에 나온 자식들이지만 제 각기 인생을 산다. 하지만, 어머니의 책은, 우리들 보다 더한 어머니의 관심과 열망을 먹고 자라난 결과이기에 어머니 정신의 결정이자, 인생기록, 그러니 어머니에게는 자식과도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질투심으로 멱살 잡듯 책들을 패대기치지 않았다. 내 인생 어느 때쯤 어머니의 순전한 열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자, 경쟁심은 사라졌고, 더 이상 밉지도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와 화해했으나, 그래도 가끔 농담처럼 어머니에게 삐죽 대기도 했다. 그래도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 자리 잡은 책들을 보니, 이젠 귀하고 소중한 형제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어머니의 컴퓨터에는 세상으로 태어나지 못한 채 멈춰버린 어머니의 글들이 남아있다. 어머니는 쓰러지시기 전까지도 이런저런 글들을 쓰고 계셨다. 어머니가 몸담은 한수풀 책사랑 모임 회지에 기고하거나, 구독 중인 월간 스토리 문학에 글을 기고할 기대를 가지고 꾸준히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씩 앉아 글을 쓰고 다듬었다. 쓴다는 행위가 어머니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자 동기였다. 진실로.



어머니에게 노년의 행복을 베풀어준 한수풀도서관 책사랑 회원님들 오셨다. 어머니의 나이를 따지지 않고, 글의 수준을 따지지 않고, 어머니를 맞아주고, 동료로 잘 대우해 주신 덕분에 어머니가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셨는지, 참 고마운 분들이다. 병든 어머니를 찾아와 함께 슬퍼해주었다.


어머니가 다녔던 한림교회 사역자님들과 성도님들도 오셨다. 매 주일 시골동네까지 와서 어머니를 교회로 태워가고 태워 온 봉사와 교회복지관 활동 덕분에, 어머니의 신앙이 깊어지고, 홀로 지내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사역, 고마운 분들이다. 병든 어머니를 찾아와 말씀과 기도를 나눠주셨다.


가정 간호를 하는 동안 침상에 누운 어머니를 문병 와서 어머니와 같이 울어주신 동네 할머니들, 친척들, 이웃들이 장례식장에 앉아 있다.


어머니는 집에 계신 동안 어머니를 걱정하고 같이 처지를 슬퍼해주는 이웃들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 그 생각을 하면, 어머니가 가신 길이 마냥 외롭고 서글프지만은 않은 거다.


친척어르신의 '그만하면 잘 가셨다.'라는 말이 서운하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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