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걷는 하루'라는 걷기 모임에 합류했다. 5000보 이상 걷고 카톡방에 인증하는 방식인데 은은한 심리적 압박감이 나를 걷게 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걷고 잘 타지 않던 버스를 탔다. 마음 내킬 때만 걷던 나를 매일 걷게 하는 마법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와 약속을 하거나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실천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걸 잘 활용하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 장점으로 생각하자.
도서관은 언제나 마음의 안식과 위안을 주는 곳이다. 도서관에서 나는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내'가 된다. 책등만 보고 있어도 처음 15 소년 표류기에 반해 밤늦게 까지 책을 읽었던 5학년 시절로 돌아간다. 혼자 자는 걸 무서워하던 내게 책은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 주었다.
7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7월의 마지막 날, 더위의 절정, 휴가의 절정에 나는 태어났다. 엄마가 되고 나니 우리 엄마가 나를 낳고 얼마나 더웠을까 마음이 아렸다. 이 삼복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미역국까지 매일 먹어야 했으니.
엄마가 선풍기를 틀고 미역국을 먹고 있으면 딸에게 혹여 산후통이라도 생길까 걱정한 외할아버지는 엄마 몰래 두꺼비집을 내리고 밭으로 가셨다고 한다. 땀띠가 온몸을 덮었다던 엄마의 헌신 덕분에 나의 여름은 항상 행복의 절정이다.
가족들과 식당과 카페를 가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나는 참 태어나기 잘했다, 나는 정말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들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직원할인을 받아 옷을 사주었다. 아들의 회사에서 할인받아 물건을 사는 게 이렇게 뿌듯한 일이었구나. 나중에 S사, L사 들어간 아들이 더 비싼 물건을 할인받아 사주면 얼마나 행복할까, 미리 상상하며 행복을 대출해 쓴다. 이자도 없는 대출이니 마음껏 써도 좋지 않을까.
딸의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딸만 대학을 보내면 입시에서 해방이다. 수능을 끝내고 가족여행으로 스페인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나에게 D-100일은 수능까지의 날짜가 아니라 스페인 여행 출발일까지 남은 날이다. 100일후 딸이 수능을 잘 치르고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스페인 여행을 재밌게 다녀올 날을 기대해 본다.
애니골에 뒤뜰이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너무 좋아서 애정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여러 번 갔다. 사람 만나는 걸 안 좋아하는 I라고 늘 말하고 다니면서 모임이 적지 않다. 나는 과연 I인가, 아니면 I이고 싶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