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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Aug 01. 2024

닮음의 위안

자는 모습까지 닮아 있다. 이른 새벽, 잠이 깨어 물 한잔 들이켜고 오면 침대에서 만세를 하고 잠든 남편과 딸이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고 보여주며 웃곤 했다. 10년 전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면 사람이 자는 자세가 몇 가지나 된다고 비슷한 자세로 자는 걸 신기해했다. 같은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고 씨도둑은 못한다는 유전자까지 공유했다면 자는 모습도 비슷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텐데.


 아이와 자는 모습까지 닮았다는 자는 모습에서도 공통점을 찾고 싶은 부모의 내리사랑이 섣불리 내린 결론이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면 안정감을 느낀다. 자신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유행에 맞게 옷을 잘 입었다고 안심하고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 사람이 많으면 맛집일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게 된다.


 남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때는 빛을 발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남과 다름은 소외감을 느끼게도 한다. 나와 공통점을 가진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이야기를 하는데 편안함을 느는 건 연스러운 일이다.


요즘 MZ세대들은 챌린지라고 명명하며 유행하는 밈이나 춤을 따라 하는 영상을 올린다. 선명한 개인주의를 표방하지만 그들도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좇으며 기쁨을 느낀다.


며칠 전 대학생 아들과 이야기를 하다 "T라미숙 해."(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춤과 노래 챌린지)라고 했더니 "엄마도 MZ네." 한다. 들만의 놀이 문화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1mm 정도는 가까워진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예민했던 나는 작은 소리에도 금방 잠이 깼고 다시 잠들지 못했다. 불면증이 있던 아버지의 예민한 기질을 물려받아서였는지, 밤에 일어나던 소동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는지 작은 소리에도 잠을 설쳤다.

반면 남편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늦은 오후까지 깊은 숙면을 취했다.


예민한 여자와 무딘 남자가 만나 20년을 같이 살다 보니 예민한 여자는 웬만한 소음에도 끄덕 없이 잠을 자게 되었고 무딘 남자는 휴일 오전에 눈이 떠다. 수십 년 같이 보니 서로의 성질에 의해 중화 었다.


 스로 pH를 조절하는 혈액처럼 외부 자극 조절하며 받아들여 중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예민한 산성 자극이 들어와도 독한 염기성 자극이 괴롭혀중성을 유지하도록 로에게 완충작용 해주었다.


무의식 중에 앞에 앉은 사람에게 닮음을 찾으며

그들과 닮아가는 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정확히 포개지는 합동이 되긴 힘들지만 비슷하게 닮음꼴이 되어간다.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 닮음에 안심하며 웃는다.


대립하는 것 사이에서 불화나 충돌을 누그러지게 하는 완충이라는 단어를 가지기로 했다.

누군가와 닮아가면 마음이 편하고

누군가와 다름을 인정하면 살기가 편하고

누군가를 완충해 준다면 평안한 삶을 가지게 될 것이다.

침대 위에서 나를 푹신하게 받쳐주는 베개처럼.


[ 07. 19. 금요문장 ]

지금 내 옆에는 세 사람이 잔다. 안 해와 두 아기다. 그들이 있거니 하고 돌아보니 그들의 숨소리가 인다. 안해의 숨소리, 제일 크다. 아기들의 숨소리, 하나는 들리지도 않는다.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다르다. 지금 섬돌 위에 놓여 있을 이들의 세 신발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이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른 이 숨소리들을 모두 다를 이들의 발소리들과 같이 지금 모두 저대로 다른 세계를 걸음 걷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꿈도 모두 그럴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앉았는가? 자는 안해를 깨워볼까 자는 아기들을 깨워볼까 이들을 깨우기만 하면 이 외로움은 물러갈 것인가? 인생의 외로움은 안해가 없는 데, 아기가 없는 데 그치는 것일까. 안해와 아기가 옆에 있되 멀리 친구를 생각하는 것도 인생의 외로움이요. 오래 그리던 친구를 만났으되 그 친구가 도리어 귀찮음도 인생의 외로움일 것이다.


_무서록(이태준)


한 줄 요약 : 앞에  앉은 사람과 닮았다는 건 삶의 큰 위안이다.


#닮음

#완충작용

#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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