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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Feb 07. 2024

나는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나의 정체성 찾기

글을 쓰면서 새로운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의미가 되는 것.


그러다 문득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글을 쓰기 시작한 첫 지점으로 돌아가 보았다.

속 시끄러운 일이 있을 때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블로그에 비공개 글을 쓰곤 했다. 희한하게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사용되던 글쓰기가 내 생활과 생각을 담는 글쓰기가 된 건 브런치에 입주하면서부터다. 운 좋게 입주시험에 한 번에 통과하고는 몇 개월을 비워두었다.


 작년 8월부터 띄엄띄엄 글을 올리다가 11월 라라크루에 들어가면서 주 2회 이상 꾸준히 글을 올리게 되었다. 나 스스로 할 수 없으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환경 속에 나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귀한 글벗들도 알게 되었고 연재도 시작했다. 게으른 사람이 바쁘게 사는 법과 행복이 별건가요를 연재하며 다음 메인에 5번이나 걸리는 감사한 경험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글을 잘 쓰는 법에 관련된 책을 빌려 책상 앞에 쌓아 놓고 정리도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어떤 글을 쓰면 사람들이 좋아할까하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 주제를 좋아할까, 이 문장은 멋진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다 보니 답이 없는 질문처럼 마음이 답답했다.


 라라크루 6기가 끝나는 합평회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벗이 하는 말씀을 듣고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글 쓰는 사람은 쓰는 것 자체가 행복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나의 글을 많이 봐주는 것이 목표가 되면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실망하게 되고 이루고 나면 허탈감에 빠질 수 있다.

 인간이 춤추는 별을 탄생시킬 수 있으려면 자신의 내부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출간의 꿈을 꾸었다. 그런데 내 책의 출간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뿌예진다. 출간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떠올리면 아직은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두려운 마음이 엄습하면 글벗들과 댓글로 마음을 나눴다.


 합평회에서 글로 만나던 글벗들을 직접 만났다. 알면 더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비슷한 고민과 혼돈을 지닌 글벗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받다 보니 벗과 글 모두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쓰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은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글을 쓸 때의 자기 성찰과 위로와 힐링을 느껴 본 사람은 글태기, 글럼프로 글을 쉴 수는 있어도 놓지는 못한다고 다.


 글을 쓰기 위해 자세히 관찰하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니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글을 읽고 말을 듣고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쓰다 보니 시나브로 생각이 아래로 깊어지고 옆으로 확장된다.

 뇌 속의 사고 담당 뉴런이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고 강화되는 느낌이다.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니 기억력도 좋아진다.

 뇌는 긴장시키고 마음은 진정시킨다.


 작가님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글 쓰기를 많이 권하다고 했다. 이 좋은 걸 나만 누릴 수 없다며 가족과 친구에게 권하기도 하고 출간하신 분들도 많았다. 시어머니가 글을 쓸 수 있게 권유해 두 분이 같이 '고부공감'을 출간하신 권세연 작가님, 독자들에게 글쓰기의 행복을 알리기 위해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을 출간한 권수호 작가님,

행복을 전하는 글 '딸아 행복은 여기에 있단다'를 출간한 하민영 작가님,

아이와 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아빠의 가족독서모임 만드는 법'을 출간한 신재호 작가님,

팍팍한 현실을 보듬는 이야기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를 출간한 안희정 작가님까지. 내가 가지 못한 길을 먼저 간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나도 '어린이의 문장'을 출간한 정혜영 작가님 덕에 브런치에 입주했다. 혜영 작가님이 아니었다면 브런치의 존재도 몰랐을 거다. 아직 내가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못하는 이유는 온전히 쓰는 사람이 되지 못해서였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안정되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을 때 합평회에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았다. 나는 다시 시작한 휴직기간에 '쓰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 재즈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쓸 때의 힐링을 제대로 느껴보기로 했다.

사실 쓰는 사람은 괜히 좀 있어 보인다.

아니 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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