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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May 24. 2024

'나의 삶'의 행복

'나의 행복'에 대한 비판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버터사탕처럼 달콤하다. 그 질문을 던지며 우리는 달콤한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여유 있고 편안하고 걱정이 없고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웃고 있다. 날씨도 좋다. 그리고 나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입에 들어간 작은 사탕은 금세 녹아버린다. 실수로 앞니로 깨물기라도 하면 조각나 더 빨리 녹아버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행복이 나한테 없구나’라는 생각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쉬움과 급한 마음에 어떻게 하면 그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그럼 나는 어떤 노력들을 우선 해야 하는 것인지 삶을 기획하게 된다. 그만큼 행복은 다시 부담이 되고 그 부담을 짊어지기 싫은 작은 마음과 이미 떨어진 자신감으로 그 짧았던 달콤한 상상은 정리가 된다. ‘쓸데없는 생각이야’


그 쓸데없는 생각과 상상은 인간의 본성이다. 귀찮다고 치워버리거나 나와 상관없다고 저리 두고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자신도 없다. 그렇게 좋은 행복을 나도 갖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노력이야 하겠지만 실은 더 작은 행복에 도망치듯 빨리 적응하고 싶다. 큰 행복에는 나는 이를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런 행복을 ‘나의 행복’이라고 부른다. 행복을 내 두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그렇다. 그렇게 잘못 생각하니 ‘해낼 수 없는 나의 행복’은 짐이 된다.


행복을 ‘나의 행복’이라고 착각하게 되면 행복은 짐이 된다. 내가 노력을 해서 만들어 내야 할 숙제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행복이 만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인형이 아니다. 나는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히는 나의 행복이 아니라, ‘내 삶의 행복’이라고 불러야 한다. 내가 아니라, 나의 삶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나와 나의 삶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삶’은 내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제대로 된 인간의 몸으로 나는 잘도 살아가고 있다. 나쁘지 않고 괜찮다. 나는 부모와 가족을 만든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가족 안에서 성장을 했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나만의 작은 가족을 만들었는데, 내가 아내와 아이를 만든 것은 아니니 나의 이 작은 가족도 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나는 그런 일들을 거저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삶은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행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 아닌 것이 된다. 내가 내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부질없던 것인데, 대신 행복을 잘못 포기했던 것이다. 내가 내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행복도 그렇다. 나는 원래 나의 행복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삶이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 행복도 원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이제 그 안에서 행복하기 시작하면 된다. 삶이 허락하고 삶이 주는 행복을 두 손으로 받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일 것이다. 바쁘게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했던 내 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보자. 그 손은 만드는 손이 아니라, 공손하게 받고 안아주는 손이기도 했다.


내가 삶에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다. 삶은 나에게 여러 종류의 행복을 주는데, 때로는 내가 모르는 행복도 준다. 그래서 나는 바보같이 행복을 눈앞에 보면서도 그게 행복인지 모르며 살아가기도 한다. 삶은 마치 내가 아직 잘 하지 못하는 외국어로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조금씩 알아듣기도 하고 어색하게 웃기도 하고 몇 마디는 자신 있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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