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수프, 너 참 달달하다

by J young

단호박의 속을 들여다본 적 있으신가요?
짙은 초록빛의 껍질을 벗기면, 그 안에는 놀랍도록 선명한 주황빛이 숨어 있습니다.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지요.

저도 단호박처럼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마음이 참 다른것 같습니다.

단호박 그림.png


얼마 전, 해운대 파라다이스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은 호박 그림이 있었어요.


그림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작가 온남님이 직접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호박 안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모습은
우리의 내면 같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의 모습 같기도 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복잡함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고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내 안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엔 나를 더 단단하게,
그리고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집 근처 새로 생긴 샐러드집에서 먹은 단호박수프입니다.

부드러운 크림이 섞여 달콤하고 고소한 그 맛은
단호박의 겉색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노란 속살처럼,
왠지 모르게 제 자신을 닮은 듯했습니다.

나는 겉보기엔 평범하고,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면 속에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엉켜 있고,
그 속엔 나만 아는 따뜻함과 달콤함이 숨어 있습니다.


요즘,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픔이 내 안의 실타래를 더 깊이 뒤엉키게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 모든 복잡함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단호박 수프처럼
한순간에 녹아내리길 바래봅니다.


아프다. 마음이. 그러나 단호박은, 참 달다.



keyword
이전 03화목표는 안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