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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게 1

눈물의 내재율

by 나땅콩







지판은 벗겨져 원래의 나무색으로 드러나 있다

여섯의 현을 누르던 지문과 악력

여인의 허리께를 닮은 유려한 곡선

중심을 개방 한 공명의 입천장

골방에 앉아 목청껏 껴안았던

청춘의 노래였다


유용했던 한때에 집기들과

배때기를 두둑이 채운 음식물 쓰레기봉투 곁

끊긴 기타 줄을 이어도 보고

내밀한 동공에 건재한

악기회사 이름과

시간이 내는 울림들을 되새기는 중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어디야,

그래도 내가 있어서 다행이지,

하하하하....


새벽 네 시경에 일어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아들가족을 공항에 데려다주었고

그 참에 자주 집을 비우는 아내는

청주 사는 큰 딸네 집에 내렸으니

이제 그는 온전한 혼자,


냉장고 속에서 하룻밤 재운 차가운 물이

뜨겁게 달려온 마찰의 열기를 식히자

자욱한 오전 일정이 차례대로 읊어졌다

서너 자루의 붉은 고추는 이미 땄고

어서 집으로 가 늦은 아침을 먹은 후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 속에 고추를 널어 말린

고양이 밥을 챙겨야 한다고 했던가


아들네를 대신하여 가게문을 열어야 하니 당분간은 못 볼 거라며

중력에 더한 서두름을 건너뛰

계단을 내려간다

습관처럼 두 번의 경적을 울리며

출발하는 그,





나는 눈에 멀어가는 동선을 따라간다

고개 넘어 삼거리 지나

허름한 풀숲 아래

팔꿈치가 으깨진 통기타

그도 보고 거기도 본다


대학 가요제로 유명인이 된

어제의 여가수

기다림에 해맑은 얼굴

주인을 잃어버린 추억

바람 속에 놓이겠다


어차피

분별은 몸에서 나와

몸으로 돌아오는 중독의 여정

몸으로부터 도망친 세월을 안아

흘려야 하는 눈물의 내재율

인연들이 언제나 슬펐던 이유는

바로 나였다






어차피 하루는 그냥 가

괴로워하든 좋아라 웃든 간에

시간은 흘러 저녁이 온다고...


그가 두고 간 말들은 담배연기처럼 흩어진다

지금의 안쪽에 흩어져 있는 그와 나

귀퉁이가 깨졌음에도 여전히 들려오는 노래들

모쪼록

낱낱을 통하여 전체를 는 힘이

많이 어렵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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