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3년 만에 전구가 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니 불이 덜 켜진 것처럼 흐릿했다. 천장을 바라봤다. 정말로 이사 온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형광등이 나갔다. 다행히 2개 중에 1개만 나가서 완전히 깜깜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일반 형광등이 아닌 매립 등이었다는 사실이다. 일반 형광등을 갈아본 기억은 있지만 매립형 전구는 처음인 데다 괜히 복잡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일단 초록 창에 검색을 해본다. '화장실 매립 등.'
아 우리나라에는 성실한 블로거분들이 많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름 모를 어느 블로거님 덕분에 나는 어떤 전구를 구매해야 하는지 쉽게 알아냈고 터치 몇 번으로 구매까지 완료했다. 바로 다음날 택배가 도착을 했고 교체하는 방법도 블로거님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남편과 나는 무사히 매립형 전등을 갈았다.
낮에 교체한 터라 밝아진 것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밤이 되니 전보다 환한 게 확실히 느껴졌다. 눈이 부시다. 멍하니 밝아진 화장실을 바라보다 갑자기 조금 슬픈 생각이 스쳤다. 낡고 재기능을 하지 못하는 물건들을 반짝이고 성능 좋은 물건으로 바꾸는 일이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겠다. 나도 언젠간 낡고 제 기능을 못하는 순간이 오겠지?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술을 조금 마신 탓이다.
아무튼 매립등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깜해진 나의 눈앞을 밝게 빛내준 블로거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