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이오
가능하면 축지법이라도 쓰고 싶었다. 팔은 길지 않아도 팔보다 더 긴 라켓이 있으니 라켓을 잡은 팔을 뻗으면 코트 반 개는 어떻게 해 볼 수 있겠고, 나머지는 첫발을 내딛는 보폭이 라인 안쪽으로 아찔하게 떨어지는 공을 커버하느냐 마느냐를 정하는 관건이었다. 나는 욕심을 내어 다리를 크게 뻗었고 그 순간 골까지 울리는 뼈 마찰음을 들었다.
뿌드득
손가락 관절을 재미 삼아 꺾을 때의 뻑적지근한 소리가 몇 배나 크게 발끝에서부터 내 귓전까지 치고 올라온다. 우당탕. 넘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엎어진 것 치고는 엉망인 모양새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멀리서 목격한 지인들은 내가 웬만해서는 괜찮아요-하고 일어날 법도 한 성격인데, 넘어진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는 걸로 보아 제대로 접질렸나보다 싶었다고 한다. 그랬다. 부끄러움보다 사태 파악이 필요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내가 반응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누군가 에어 파스를 들고 와서 접질린 발목에 뿌려주고, 곧이어 얼음을 담은 비닐 주머니를 가져다주었다. 뭐지 이 신속하고 익숙한 대처의 손길은.
"봐라. 벌써 발등에 부기가 올라온다. 살짝 삔 것일 수도 있고 부러진 경우도 이렇다."
한 번씩은 다 접질린 경험이 있는 것인지 동호인들이 경험 속 지침을 풀어낸다. 부축받아 걸을 수는 있는지 확인했고, 근처 병원을 알아보는 사이 등 뒤로 들리는 소리에 몸이 경직되었다.
"최소 3주에서 3개월 정도 쉬긴 해야 할걸."
3주라니 말도 안 된다. 당장 다음 날이 배드민턴 대회였다. 3초도 안 되는 순간의 결심으로 발이 접질린 것뿐인데 장장 3주를 쉬어야 한다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닌가. 그것도 스스로 본인의 몸에 내리친 청천벽력적 과오이다.
내 가방을 들어주고 병원까지 부축해 주는 파트너 언니에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성급히 종료시키기 싫어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 '어이없네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언니도 믿기 싫은 것인지, 마침 잘됐다며 사실은 본인도 팔이 많이 아파져서 염증 주사를 맞으러 병원을 가려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정형외과에서 차례로 진료를 보았다. 엑스레이 결과 당장 뼈에 보이는 이상은 없었지만, 며칠 경과를 지켜보다가 통증이 더 심해지면 뼈에 금이 갔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반깁스 정도 권유했고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내일 대회를 나갈 수도 있으니) 거절했다. 파트너 언니는 팔 한쪽을 잡고, 나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함께 물리치료실로 향했다.
언니와 나는 사이좋게 커튼 하나를 사이로 누워 전기치료를 받았다.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연락을 한 뒤, 우리는 큭큭...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우리가 합이 좋기는 좋나 봐. 동시에 고장 난 걸 보면.
-어이가 없네요 정말.
약국에 와서 같은 약을 처방받으며, 현실로 돌아왔다. 회장님이 나에게 걱정이 되어서 연락을 줬고, 언니에게는 마침 파트너가 부상을 당해서 못 나가게 된 다른 회원이 있다며 그 사람과 같이 대회에 나가는 것을 제안했다. 언니는 한 번 더 현실로 돌아와 회장님의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내일도 부축해 줄 테니 괜찮으면 대회 구경이나 다녀오자고 나를 위로해줬다. 나는 언니에게 울어도 되냐고 묻고는 바로 훌쩍거리며 눈물을 쏟았다. "와... 씨... 하... 씨..." 하며 감정의 파도가 욕지기가 솟듯 일렁거렸다. 매 순간 진지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며, 열심히 해보려 한 찰나의 판단이 부른 처참한 결과에 억울함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괜찮다며 잘됐다며 말해주는 파트너 언니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발이 묶인 채 답답한 한 주가 지나고...
걷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피곤한 2주가 지나고,
아픈 것을 숨기며 걸어보는 3주가 지날 때쯤
내가 사라진 체육관에서는
"아린 씨 이제 그만두는 거 아니에요?"
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