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첫째 아이 때 주변으로부터 많이 챙겨 받았기 때문에 둘째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외려 첫째 때 받아놓고서는 우리가 챙기는 걸 잊은 사람은 없었는지 노심초사했을 뿐!
기억날 때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잊혀지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이미 1월에 챙겨야 하는 사람들을 다 챙겨주었다. 남편이 내게 한꺼번에 돈을 주고, 내가 챙겨줘야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그리고 받은 이의 감사의 말까지 남편에게 다 전달하며 소통을 했다.
어제 늦은 오후, 깨톡 송금 봉투가 내게 도착했다. 올해 첫 아이 입학을 하는 친구 부부가 우리 집 둘째 입학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남편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얼른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OO이네가 우리 둘째 입학한다고 돈을 보냈네~"
아이고, 안 보내도 되는데... 그런데 잠시만, 그 집 첫째 딸이 올해 학교 들어가던가? 우리도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마치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해놓은 듯한 기억력을 자랑하던 남편이 오류를 일으켰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비상금 축적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평소 내게 기억 못 한다고 면박을 줬던 것에 대한 대갚음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인가?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들이 엉킨다.
어머! 이왕 챙겨줄 거면 날 주라! 그 집 애는 이미 챙겨줬는데 나한테 또 줘도 괜찮아"
그뤠에?"
응! 신랑아, 갑자기 왜 이래? 설마 결혼했다는 건 기억하지?"
그뤠에?"
남편의 반응이 예상됐으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래서 미우나 고우나 오손도손 사나 보다.
오늘 일을 시어머니와 통화하며 말씀드렸더니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며 말씀하셨다.
"마흔 넘었다고 기억력이 그렇게 나빠지면 어떡하니! 요새는 적자생존이니 무조건 적으라고 해! 적어놔야 나한테 부조, 조의한 사람 안 잊어버리고 잘 챙길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