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길가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워 한들거린다. 옅은 분홍빛 꽃잎, 빨간 꽃잎 안에 노란 수술이 눈에 너무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닮은 듯하다. 흔들리는 꽃잎을 보며 문득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나날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익숙한 길을 걸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때로는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잠시 멈춰 서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 평범한 하루.
회사로 가는 발걸음을 살며시 늦추어 본다.
순간 어릴 적 불렀던 만화 노래가 생각난다.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품 카피카피룸룸
일어나요. 바람들이 모래의 요정
이리 와서 들어봐요. 우리의 요정
우주선을 태워줘요. 공주도 되고 싶어요.
어서 빨리 들어줘요. 우리들의 소원
애들아 잠깐 소원은 하나씩
하루에 한 가지 바람 돌이 선물
모래 요정 바람들이 어린이의 친구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하루에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바람 돌이 모래의 요정이 지금 내 앞에도 있었으면 하는 마법 같은 생각.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은 소리로 마법을 걸어본다.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손에 지팡이라도 들고 있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원도 그려본다. 그러다 혼자 히죽히죽 웃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든 말든 나 혼자 즐거워 웃는다. 이러고 나면 괜스레 힘이 생긴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흔한 어렸을 적 만화 노래지만 정말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반짝반짝하는 순간이다.
그러다 현실로 다시 돌아와 코스모스로 눈을 돌린다.
가을 햇살 아래 코스모스는 빛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치 나처럼. 삶이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서 나도 작은 존재일 뿐이지만, 그런데도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 때로는 거센 비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서 꿋꿋하게 꽃을 피운다. 코스모스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화려하지 않지만, 내 안에 숨겨진 반짝거림을 찾아가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매일 찾아오는 하루지만 이 안에서 특별함을 찾으려 노력하고 반짝이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매일 찾아오는 하루. 그냥 주어진 대로 살지 유난스럽기는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 주어진 시간 안에서 누구보다도 반짝이고 싶다. 살아 있고 싶다. 숨을 쉬고 싶다.
매일매일 작은 노력을 쌓아 올리며,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 비록 눈에 보이는 큰 변화는 없을지라도, 내 안에는 작은 씨앗들이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분명 마음이 있다는 소리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언젠가 작은 씨앗들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꽃으로필수 있도록 내 마음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살아 있게 숨을 쉬게 해 주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코스모스와 같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피어나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본다.
어느 가을 아침 비록 조금 늦게 가더라도 코스모스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싶다.
반짝반짝 빛나는 날들이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쯤은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를 스쳐 가는 수많은 인연이 한순간이라도 나로 인해 마법 같은 시간을 선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한순간의 기억이 비록 짧더라도 이 소중한 기억으로 잠시나마 반짝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도 마음을 반짝거리게 하는 그 무엇이 싹트길 바라는 소망들이 늦게라도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다.
인생이란 찰나의 여정 속에 마법 같은 하루가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은 촛불처럼, 비록 세상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다. 어쩌면 내가 건넨 작은 말 한마디, 미소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쩜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 속에서도 한순간이라도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행복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만약 내가 떠난 후에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며 "그 사람 덕분에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어."라고 말해준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그 사람 덕분에 잠시 마음이 반짝거렸어.”
라고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작은 빛을 내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다.
여러분들 마음속에도 마음을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모래의 요정 바람 돌이가 늘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