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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강사 Oct 30. 2022

세대교체

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쓰는 글

명절 한 달 전 즈음 부터해서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이번엔 언제 오냐?"

"뭐 타고 오니?"

"이번에는 뭐 해 먹을까?"

"애들은?"

내가 기억하는 명절 전 친할머니가 엄마에게 전화로 했던 말들이다.     


어릴 때는, 명절이 꽤 설레었다.

비슷한 또래의 사촌들과 놀고먹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차례가 지나고, 음식을 다 먹고 난 엉망진창인 상을 보면 울 엄마 포함

며느리들의 엉망진창인 표정이 생각난다.

제일 친정에 빨리 가야 하는 순으로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할머니의 우울한 인상을 뒤로한 채 앞치마를 벗지도 않고 남편들에게 가자고 재촉한다.

그렇게 다 빠져나가고 나면, 아쉽게도 친정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울 엄마, 딱 한 사람이 남는다. 가자고 재촉받아야 할 사람은 음복을 핑계로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이럴 땐 아이 핑계라도 대고 가야 하는데 핑계를 댈 만한 아이도 딱 나 하나뿐인 울 엄마.

남편은 일찍 저세상 간 지 오래고 제일 남편같이 든든한 아들이

떡 하니 드러누워 있으니 세상 부럽지 않은 할머니.

그나마 숨 돌릴 티브이 마저 할머니가 꿰차고 있어, 엄마에게 있을 곳이라곤 부엌뿐이었다.     

남은 잔 설거지에, 남은 음식들 정리.

그러다 보면 점심때가 되어 나물 넣고 밥을 쓱쓱 비벼 먹고,

점심 먹은 그릇 뒷정리를 하고 나면, 또 아예 저녁을 먹고 가랜다.

할 수 없이 아까 남은 전으로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낸다.

'내가 끓였지만 맛은 좋다.'

'감칠맛 나는 건 다 내가 부친 전 덕분이야.'

하고 잠시 구겨진 자존심을 펴본다.

시뻘건 김치찌개 설거지 뒷정리까지 다 하고 나면 밤 아홉 시.

'우리도 이제 집에 좀 갈게요.'      


그렇게 명절을 보내길 수 십 년.

지겹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울 엄마.

그렇게 며느리 생활을 은퇴한 지 몇 년쯤 되었을까.      

명절을 며칠 앞두고 엄마가 묻는다.  

"이번에 우리 뭐 해 먹을까?"

"애들 뭐 해주지?"

그렇게 명절 음식 얘기하는 걸 제일 싫어하던 엄마였는데..

어느새 자식들 줄 음식 걱정을 제일 먼저 하는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명절 한 달 전 즈음 부터해서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엄마가 싫어하던 그 전화가, 나에게도 울리고 있다.


"이번엔 언제 오냐?"

"뭐 타고 오니?"

"이번에는 뭐 해 먹을까?"

"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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