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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서 Jan 05. 2025

안식

가라앉고 가라앉는데,

눈으로 보이는 건 정신이 없는데

나를 둘러싼 평온함이 아이러니해.



가라앉고 가라앉는데,

끝을 모르고 추락을 하는데

나를 둘러싼 천천한 속도가 아이러니해.



심해가 무서워

심해가 평화로워



올라갈 수 없어

올라가기 싫어



압박감이 견디기 힘들어.

조용해서 자꾸 잠이 와.



숨을 쉬질 못하겠어.

숨을 굳이 쉬어야 해?



나조차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데,

느리게 깜빡이는 눈꺼풀.



나를 보는 듯, 보지 않는 현실이 아득하게 멀어지고

ㅈ—ㅓ, 밑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제 존재감을 선명히 내뿜는 무언가가 나를 본다.



거대하고 거대한 암흑의 존재감을 가진 심해어가 나를 보는데,

웃는지도 몰라.

먹이를 찾아 행복해서. 주린 배를 채우려고.



무엇이든 좋아.

기꺼이 벌려내는 괴물의 거대한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저항을 하지 못하고.

아니, 저항을 하지 않고.




안식을 맞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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