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은 원래 3개로 나뉘어야 한다.
우리가 처음 한글을 배울 때, ㅇ은 소리가 없다고 표현이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받침에 있는 ㅇ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궁극" 이라는 단어를 보죠.
궁의 받침인 ㅇ은 분명 목구멍을 막는 소리 입니다. "아"를 발음할 때 ㅇ의 발음을 느껴 보세요. 성대를 열고 발음하는 "아"와는 달리, 궁극의 받침인 "ㅇ"은 성대를 막는 소리 입니다.
반면, "잉여"라는 단어는 또 다릅니다.
"잉"할때의 시작 소리 ㅇ은 목구멍을 여는 소리, 받침의 ㅇ은 똑같이 목구멍을 막는 소리입니다. 얼핏 보면, "받침의 ㅇ은 그냥 다 목구멍을 막으면 되는 거 아닌가?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잉"다음의 "여"에서 "ㅇ"은 어떻게 발음 되나요? "남여" 할때의 "여"발음과 비교해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남여"의 "여"는 목구멍을 열고 발음하지만, "잉여"에서의 "여"는 목구멍을 닫고 발음합니다.
이는 꼭지이응의 발음 소리 입니다. ㅇㅇ이 두 번 연결되면 꼭지이응 소리가 나는 겁니다.
몇 번 연습해 보면, 꼭지이응 소리를 발음하는 것이 마냥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드시 앞에 ㅇ받침이 없더라도 발음할 수 있는 소리이죠. 그냥 목구멍을 막고 발음을 시작하면 됩니다.
그런데, "아이"의 발음을 볼까요? 경상도에서는 "아e"와 "아이"를 다르게 발음합니다. 성조를 살려서 강세를 넣어 발음하는 e와 달리 "아이" 발음에는 성조 없이 발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성조가 아닙니다.
"아아" 발음을 "아"를 길게 하듯이 발음할 수도 있지만, "아,아" 하고 두 번 발음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끊어서 "아"를 두 번 발음할 때의 "아"소리와 성대에 힘을 빼고 발음하는 "아아" 소리는 분명 다릅니다.
성대에서 힘을 빼고 발음하는 "아"는 앞의 발음을 잇고 하나의 음절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발음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글자에 하나의 음절이 들어가는 현대의 한글 시스템으로는 영어의 발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strike 를 발음해 보죠.
"스트라이크" 라고 쓰고 5음절로 발음합니다.
"스.트.라.이.크"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실제로 strike는 1음절 발음입니다. "str"가 자음이고, "ai"로 발음되는 모음 뒤에 'k'가 자음으로 붙습니다. 소리가 없이 가볍게 혀만 튀겨 주는 발음입니다. 성대를 울리는 모음은 "ai"가 끝입니다.
이게 한글 발음기호로 표현된다면 "ㅅㄸ롸잌"이 되어야 하는데, 뒤의 "잌"은 앞의 "롸"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무음절 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만일 우리가 ㅇ으로 쓰는 기호가 3개의 다른 기호로 나뉘었다면 표현이 가능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여린히읗이 남아 있었다면,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지만, 위의 소리 없는 ㅇ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전 글에서는 아랍어의 ㅋ/ㅎ 중간 소리로 생각했지만, 그 소리는 ㅎㅋ 이중 자음으로 대체가 가능할 것 같네요.) 꼭 여린히읗이 아니더라도 이에 해당하는 자음자를 가진다면 현재 32bit를 사용하는 유니코드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만일 한글이 모든 글자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이중겹자음을 허용하고, 이중 겹모음을 허용한다면, 글자가 필요한 bit 수를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도의 글자 수가 필요합니다.
초성 자음(쌍자음 고려):
ㄱ,ㄲ,ㄴ,ㄴㄴ,ㄷ,ㄸ,ㄹ,ㄹㄹ,ㅁ,ㅁㅁ,ㅂ,ㅃ,ㅅ,ㅆ,ㅇ,ㅇㅇ,
ㅈ,ㅉ,ㅊ,ㅿ,ㅋ,ㆆ,ㅌ,ㅍ,ㅎ,ㆁ,ㆁㆁ,(빈곳) 28 11100 (5bits)+5bits=10bits
받침 자음: 10bits -
우모음: ㅣ,ㅏ,ㅑ,ㅓ,ㅕ,ㅐ,ㅒ,ㅔ,ㅖ, (ㅣ를 제외한 모음+ㅣ=8)(빈곳) 18(5bits)
아래모음: ㅡ,ㅗ,ㅛ,ㅜ,ㅠ,ㆍ(아래아)-6 (3bits)
성조: 0(중간),1(높은음/강세),2(높은-낮은),3(낮은-높은): 4 (3bits)
10(초성)+10(종성)+5(우모음)+3(아래모음)+3(성조)= 31bits
이미 기존의 한글에 모든 조합을 허용하여 최대 32bit 중에서 31bit가 가득 찬 상황이지만, 추 후 어느 정도 확장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다행히 32bit를 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ou]나 [ai]같은 발음을 한글로 "한음절"로서 표현하는 것은 기존의 한글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말 자체를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요. 하지만 제가 연구 중인 "글로벌 발음기호"로서의 한글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1. 단음절의 긴 소리
2. 무음절의 복합 자음(예: strike에서 str 부분)
만일, 아래아가 부활이 되어 자음과 조합된 아래아를 무음절의 글자로 분류한다면 가능하기는 할 것 같습니다.
[ㅅㆍㄸㆍ롸ㆆㅣㅋ(받침)]
아니면, 아래아 없이 자음만 적는 경우, 무음절 글자로 분류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아래 아는 무음절이 아닌 유음절 소리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현재 존재하지 않으니 다방면으로 논의 후 정해야 할 것입니다.
[ㅅㄸ롸ㆆㅣㅋ(받침)]
최근에 훈민정음을 이용한 조합형 키보드 시스템을 연구 한다는 분과 연락이 되었는데, 이런 분들이 많아지고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글과 컴퓨터에서 나오는 "한컴오피스"는 Mac에서는 제대로 지원도 안 되고, 한글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분들은 많지만 정작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힘쓰는 분들은 소수이거나 힘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가능하다면 정기적인 포럼과 개발자 회의, 그리고 open-source 프로젝트가 생겨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에 더해서 한글을 이용한 웹게임, 한글을 재미있게 사용하는 use-cases, 한글 폰트 생성 app등 다양한 방면으로 논의 및 재능기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