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구독, 플랫폼 그리고 e-Commerce까지
2장에서 구독 경제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았지만 구독의 영어 단어인 Subscribe를 보면 Sub+ scribe로 구성된 무언가를 읽어보고 그 아래 서명하는 어감이지 정기적/주기적이라는 의미는 없다. 구독 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 티엔 추오를 소개하였는데 그의 저서의 한국어판 제목은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으로(출판사의 마케팅이겠지만) 유튜브의 그것을 떠올린다. 유튜브에서 우리가 특정 채널을 구독할 때도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지 콘텐츠의 정기적/주기적 공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두를 이렇게 설명한 것은 구독이라 했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2장에서의 유형은 고정관념에서 온 일부 유형인 것이고 실제로는 공급자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그리고 지속적인(정기적이 아닌) 관계가 형성된다면 구독이라 부를 수 있을 거 같다.
이번 장에서는 그러한 형태를 광의의 구독이라 칭하고 그 유형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렇게 보면 플랫폼의 멤버십 서비스 그리고 e-Commerce 그리고 렌탈도 구독과 마찬가지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 같이 다루도록 하겠다. 단, 렌탈의 경우는 살펴볼 부분이 많아 다음장에서 별도로 다루는 것으로 하겠다.
서비스 용역 구독
1. 런드리고
세탁 대행 서비스는 최근의 양상은 아니다. 동네 세탁소뿐 아니라 크린토피아 등의 세탁 대행 체인점이 존재하고 여기에 편의성을 더하기 위해 세탁물 수거 및 배달까지 직접 해준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탁 대행에 대해 가장 기분 좋았던 기억은 해외 출장 중 호텔 장기 투숙을 했을 때의 경험이었지 싶다. 앞의 업체들이 세탁물 수거/배달을 해준다 해도 수거할 때 방문 약속을 잡아 전달해줘야 하고 돌려받을 때도 마찬가지의 귀찮은 일이 발생하는 반면 호텔에서는 세탁물을 정해진 봉투에만 담아두고 나갔다가 저녁에 방에 와보면 깔끔하게 개어져 있는 옷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었다. 런드리고는 이러한 호텔에서의 경험을 최대한 구현해본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구독 시 제공받은 함에 세탁물을 넣고 앱에 세탁 요청을 한 뒤 함을 대문에 채결해 두면 다음날 세탁된 옷가지가 함에 담겨 도착해있는 프로세스이다.
2. 케어십
렌탈은 다음장에서 얘기하겠지만, 정수기를 일시불로 구매한 후 필터 교체 등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형태도 존재하며 이러한 서비스를 케어십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수기의 경우 2~3개월 주기로 살균/세척, 필터 교체 등의 서비스를 담당자가 방문하여 제공해 주는 형태이다. 공기청정기나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S/W 구독
1. 어도비
S/W업계에서 기존의 영구 라이센스 판매 방식에서 구독 모델로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어도비의 성공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365), 오토데스크(AutoCad) 등에서도 구독 모델 전환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어도비는 디자인 편집을 위한 Photoshop/illustrator, UX 프로토타이핑을 위한 XD, 영상 편집을 위한 Premiere, 문서 편집을 위한 InDesign 등의 강력한 S/W군을 가지고 있고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필요한 S/W로 구성한 상품을 구독할 수 있다.
플랫폼 멤버십 구독
플랫폼 멤버십 구독하면 우선 아마존프라임이 떠오른다. 또한 광고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멤버십 상품을 구성해버린 유튜브가 있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해외의 아마존과 유사한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쿠팡이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잠시 플랫폼에 대해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플랫폼의 속성은 '양면(또는 다면) 시장 지향'이라고 규정되고 있다. 플랫폼은 소비자뿐 아니라 공급자도 바라보는 양면적 특성을 가지며, 이는 마치 월드컵에서 출전 국가 선수들(공급자)과 관중/시청자(소비자) 사이에서 경기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운영하는 FIFA의 역할과 같다는 것이다. (출처 : 플랫폼의 생각법, 이승훈 저)
플랫폼 기업의 가장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중계수수료일 것이다. FIFA 예시와 같이 공급자와 소비자의 터전을 만들어놓고 거기서 발생하는 중계수수료를 공급자로부터 받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될만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 멤버십 구독이라는 상품으로 플랫폼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는 국내 대표적 사례로 쿠팡과 네이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쿠팡
넷플릭스가 디지털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Global 확산이 가능하다면 아마존 프라임의 경우 대규모의 물류 인프라 구축을 전재하기에 Global확산을 하려면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는 제약이 있다. 쿠팡은 아마존의 미국에서의 성공사례를 B/M 한 국내에서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쿠팡의 조 단위 적자를 보면서까지 지속된 과감한 인프라 투자는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케이스라 과거에 쿠팡이라는 기업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이런 대규모 물류 및 IT에 대한 투자 결과 기존의 물류 리드타임을 대폭 단축시킨 로켓 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2,900원이라는 저렴한 월 구독료(최근에는 4,900원으로 인상)로 배송비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쿠팡와우라는 멤버십구독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현재 국내 3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OTT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2. 네이버
검색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 슈퍼앱이라 할 수 있다. 네이버는 e-Commerce 분야에서 또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년 17.4% 점유, 한국신용평가 기준)
e-Commerce에 대해 잠시 언급하면, 국내 e-Commerce 시장은 정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보는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시장이다. 앞에서 언급한 쿠팡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향후 우위를 점하겠다 싶었는데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등 스마트스토어를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강자였던 유통사들은 전국 곳곳에 있는 편의점 망과 신선식품 강점을 살리고 거기에 온라인 사업 확장(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GS리테일 요기요 인수)을 통해 반격을 노리고 있다.
다시 네이버로 돌아가서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라는 구독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포인트 적립 / 웹툰 / 음악 스트리밍 / OTT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춘 만큼 본인에 맞는 조합으로 멤버십 상품을 선택하여 구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네이버쇼핑 최대 5% 적립을 제공하며, 웹툰 이용 쿠기 중심으로 하거나, OTT 중심 또는 여러 서비스 복합 구성) 구독자 수는 발표되고 있지 않고 월 4,900원 대비 아직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매력 있는 구독 상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 같다.
하지만 네이버가 준비하고 있는 물류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서비스 개발이나 확장하고 있는 사업 영역을 감안했을 때, 향후 매력적인 멤버십 구독 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상으로 광의의 구독 관점에서의 서비스 유형들을 살펴보았다. 결국 고객과의 직접적 / 지속적 관계를 형성하는 모델은 넓게 구독이라 부르는 가운데, 다음장에서는 또 하나의 모델인 렌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