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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Jul 25. 2024

기분 나쁜 '마스터 피스'

19 - 영화 <유전> 감상문



영화를 모두 관람하고는 극장을 나서는 기분.

그날 관람한 영화의 재미, 내용, 결말 등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몹시 찜찜하고 기분 나쁜 불쾌감을 줬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거나, 말도 안 되는 결말에 불쾌감을 느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이 영화 <유전>이 내게 그런 의도된 불쾌감을 선사해 줬을 뿐이다.


그다지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으며, 

섬뜩하거나 깜짝 노랄만한 '점프 스케어'로 무장하고 있지도 않다.

(나는 호러 영화를 즐기면서도, 영화적 장치인 '점프 스케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 천천히 그리고 답답하게 옥죄어 오는 듯한 검고 끈적한 불쾌감.

이 불쾌감이야말로 이 영화에 진면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얘기할 작품은 호러영화의 '마스터 피스'라고 평가받는 영화 <유전>이다.



이 영화는 (1대-할머니) '엘렌'의 장래식에서 시작된다.

(2대-어머니) '애니'는 자신의 어머니 장래식에 자신도 모르는 어머니의 손님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의 지인이라며 찾아온 

이들은 거의 대부분 사이비 종교 단체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자신의 어머니 '엘렌'이 그런 종교 단체와 왕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었다.


그렇게 '엘렌'의 장래식이 끝나고, 자신을 죽은 '엘렌'의 친구라며

'애니'에게 접근해 오는 의문의 이웃들...

그리고 서서히 (3대-자녀') 피터'와 '찰리'에게 기묘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들 '피터'의 실수로 사고를 당해 딸 '찰리'까지 

목숨을 잃게 되며, '애니'는 서서히 정신을 놓기 시작한다


결국 그녀는 죽은 딸 '찰리'를 보고자, 의문의 이웃의 도움으로 강령술에 까지 손을 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없는 여러 사건 사고들로 미뤄뒀던,  죽은 어머니 '엘렌'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앨랜'의 유품을 통해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기묘한 사건들이

1대 자신의 어머니 '엘렌'에게서부터 시작된 저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의문의 이웃들 역시 그 저주를 실현하고자 의도적으로 접근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과연 '애니'는 이 대를 거쳐 유전되어 온 저주를 끊어내고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애니'의 직업은 미니어처 아티스트로.

스토리나 화면 전환 시, '애니'의 미니어처 작품이 확대되며, 

실제 배경으로 바뀌어 가는 전환 방식을 사용한다. 

이 연출방식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대를 거쳐 시작, 유전되어 오는 피할 길 없는 저주에서 오는 답답함과 더불어,

어머니의 죽음, 그로부터 시작된 의문의 이웃들과의 인간관계들,

자신의 아들의 실수로 죽은 딸, 그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아들과의 관계.

같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서서히 미쳐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참으로 갑갑하고 암담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그에 더해져 (자세히 묘사하진 않겠다.) 정말 미쳐 돌아가는 듯한 

결말부의 진행은 어떠한 예측도 무의미하게 만들며, 

영화가 끝난 시점에서는 최악의 불쾌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그렇지 않던, 

아마 이 영화를 본 누구에게나 이 불쾌감은 평등하게 선사해 주리라 생각된다.


분명 이 영화는 잘 짜여 만들어진 수작임에는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영화가 주는 불쾌감으로 인하여,

아마도 불호의 기호를 가진 분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 <유전>을 절대 쉽게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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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은 영화 <유전>의 감독 '아리 애스터'의 후속작 <미드소마>는

더욱 기기괴괴하고 더욱 끔찍한 불쾌감을 선사해 주었었다. <미스소마>를 보실 예정이시라면,

<유전>부터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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