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 겁쟁이 도망자 모노
겁쟁이 도망자 모노(모노 이야기)
더 이상 아무런 색깔도 없는, 모든 색깔을 잃은 모노.
그런 모노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하얗게 바래져 버린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모노는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비비드와의 모든 추억을 지워 버리려 했고,
그렇게 비비드와 물들였던 알록달록한 색들을
잿빛으로 물들여 버렸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모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렇게 모노는
근처에 보이는 시커먼 넝마를 잡아 뒤집어쓰고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꽁꽁 사매고 가려보아도,
모노의 부끄러움은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
<회색도시>의 모든 알록달록한 색깔을 지워도도
비비드와의 추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모노는 여전히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모노는 <회색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비비드와의 추억들로 가득한 회색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모노에게는 행선지도 일정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모노는 비비드와의 추억을 피해, 그리고
자신의 하얗게 바래져 버린, 초라한 모습을 감추려
어디든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노는 무작정 항구로 향했다.
그리고는 매표소 위에 쓰인 여러 행선지들 천천히 둘러보았다.
'<무지개 섬> 행'이라는 글자에 잠시 눈길이 멈췄지만,
세차게 머리를 저으며 떨쳐 버렸다.
그리고는 이내 결심이 선 듯 매표소 앞으로 다가섰다.
"어디로 가실 예정이실까요?"
"...... 가장 빠른 배편이 어디인가요?"
"00시 00분 <무지개섬> 행입니다."
"아,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00시 00분 <세피아 왕국> 행입니다."
"그럼, <세피아 왕국> 행으로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배표를 받아 든 모노는 뱃시간을 기다리며,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세피아 왕국>
본래 비비드는 <회색도시>가 아닌,
<세피아 왕국>으로 가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피아 왕국>의 햇살을 잔뜩 머금은 듯 한 그 빛깔을 보고 싶었다고 했던,
비비드의 얘기를 떠올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비비드와의 추억으로 모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듯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뱃시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대합실에 울려 퍼졌다.
그 안내 소리와 함께, 모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탑승구로 향한다.
하지만 왜일까?, 그날 매표소위에 쓰여져 있던 수많은 행선지와
시간표 중 <무지개 섬>행 배편의 시간표만이 뇌리에 오래 남았다.
상권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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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을 마치며...
드디어!, 이렇게 1권을 유야무야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재미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 권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완결을 시켰다는 것이 저에게는 뜻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나름 시작할 때는 호기롭게 시작했었는데,
뒤돌아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2권의 내용은 아직 정리가 덜 된 관계로
1~2주 정도 쉬었다가 다시 연재를 해 볼 생각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하며,
2권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