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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시대를 아우르는 마스터피스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by 차준생


지난 주말 친구와 있었던 일이다.

친구와 급하게 어딘가 방문할 일이 생겨 친구의 차를 얻어 타게 되었다.

도착지까지 1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내야 되는 상황,

그렇게 친구의 차에 몸을 실었을 때, 차 안에서는 최근 인기 밴드 QWER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차를 타는 순간 내 친구가 황급히 노래를 바꾸었다.

그것도 거의 20년 전 싸이월드에서나 들어봤을 노래들,

<2000년대 베스트 히트송 메들리>라는 이름의 플레이 리스트.


"뭐야? 지금 나 무시하냐? 나도 QWER 좋아해!"

"어, 너 QWER도 아냐?"

"참나, 나도 최신가요 들어"

"휴대폰에 아직도 서태지랑 넥스트 음악을 넣고, 듣는 놈이 무슨..."

"넌 시대를 아우르는 마스터피스란 것도 모르냐?"


그렇게 친구와 티격태격하는 사이,

친구는 내 휴대폰에 블루투스를 연결하고는 나의 플레이 리스트를

들어보자며 본격 아재들의 최신가요 대결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대결은 너무나도 싱겁게 끝이 나고 말았다.

우연찮게 하필 내 플레이 리스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서태지도 넥스트도 아니었다.


"응? 이건 또 무슨 노래냐?"

"아, 산울림..."

"뭐? 산울림? 너는 어떻게 시대가 거꾸로 가냐?"

"시대를 아우르는 마스터피스라고..."

"웃기고 있네, 그래놓고 뭐? 최신가요?"


결국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찾은 우리의 합의점은

'쿨'의 노래였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신나는 분위기에 듣기 좋은 멜로디

'쿨'의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글쎄, 나는 아직 살면서 쿨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만나 본 적 없다.

그렇게 두 명의 아재는 흥겹게 '점포 맘보'를 흥얼거리며 도로를 질주했다.


어쩌면 이런 게 바로 시대를 아우르는 마스터피스 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바의 노래도 제법 좋아한다.

남/녀 혼성그룹에 신나는 분위기에 듣기 좋은 맬로디,

쿨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친구는 아바 노래 하면 치를 떤다.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친구의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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