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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간접 체험!, 패가망신!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by 차준생


나는 제법 여러 번 일본을 방문했지만,

아직도 일본 명물(?) 중에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 좀 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파칭코' 이다.


나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물질적인 무엇인가가 상품으로 걸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내기나 도박 같은 운과 확률의 승부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런 성격 탓에 나는 기본적으로 내 생활 내에서

사행성이 있는 것들을 멀리 하려 노력하는 편이며,

그렇기에 주식이며 코인 역시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는 어느새 내 생활신조는 '안전제일'이 돼있었다.

(물론 주식을 코인과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주식에 문외한 내 입장에서는 코인과 주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내게 '파칭코'역시 흥미를 가져서는 안 될 대상이기도 했다.

다만 대략적인 '파칭코'의 정보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뭐 역사적으로 재일한인과 얽힌 이야기는 일단 덮어 두고도,

간략하게 구슬을 화폐 하여 구슬을 쏘아 올려 특정 위치에 도달하게 하면

그 구슬에 몇 배에 해당되는 구슬화폐를 딸 수 있는,

일종에 서양 '핀볼'게임과 비슷한 구조의 게임.


그렇게 획득한 구슬을 상품권으로 교환이 가능하며,

그 상품권을 상품과 교환할 수도 있지만, 현금화도 가능하다는 그 정도의 정보.

대체 어떤 경위로 내 머릿속에 이 정보들이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 정도로 간략한 정보는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얼마 전 (글을 쓰는 현제 나는 일본을 여행 중이다.)

여행 일정 및 동선이 겹친 친구가 있어, 나의 여행에 잠시 동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타지에서 만난 친구는 내게 그 '파칭코'를 해보자고 제안하였고,

잠시 고민했지만, 나 역시 여행 온 기분이나 낼 겸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뭐 그냥 재미 삼아...'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친구와 나는 '파칭코'를 하러 번화가의 한...

(뭐라 부르지? '도박장'라고 부르기는 너무 한 것 같고, '게임장'이라고 하겠다.)

여하튼 그 '파칭코'를 하는 게임장을 방문했다.


현금을 구슬 더미로 바꾸고 자리를 잡고 앉아

기계에 구슬을 넣고는 연신 레버를 돌리며 구슬들을 쏘아 올렸다.

처음에는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 불빛들과 효과음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으나,

현란하고 화려한 만큼 금방이지 싫증이 나버렸다.

룰도 잘 모르겠고, 나에게는 특별한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나?

처음 바꿨던 구슬을 다 소진하고는 일어섰다.

'뭐 좋은 경험 했다.'라고 생각하고 나가려 친구 쪽을 바라봤는데.

친구에게는 제법 '파칭코'가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었다.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돌려 기계정보를 검색하며,

꽤나 열중하며, 진지하게 레버를 돌리는 꼴 있었다.


나는 '파칭코'에 열중하는 친구에게

근처 저녁 먹을 곳 좀 찾아보겠노라며,

끝나면 카톡 하라고 얘기하니, 친구는 듣는 둥 마는 둥 대충 대답을 해왔다.

나는 '파칭코'에 열중하는 친구를 뒤로 하고 게임장을 나와

번화가를 구경하며 이리저리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런저런 매장에 들러 구경하는 사이

훌쩍 1시간 이상이 그렇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동안 친구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나는 발길을 돌려, 다시 그 게임장으로 돌아갔다.

친구는 여전히 '파칭코'에 몰두하고 있었고,

대충 친구 자리의 구슬 개수를 보니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구슬을 다 소진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친구와 함께 게임장을 나섰다.


"요기 코너 돌아가니까 식당들 제법 많더라 그쪽으로 일단 가보자!"

"...ㅇㅇ아"

"응 왜?"

"나 밥 좀 사줘"

"응? 너 설마..."

"응 다 썼어."

"푸하하하 잃었어?? 얼마?? 얼마???"

"00,000 앤 내일 편의점 가서 바꿔서 줄게"

"아이고 인간아!!, 하하하하"

(역시 친구의 불행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그렇게 나는 그날 저녁식사를 하고 잠드는 순간까지 몇 시간을

친구의 탕진을 재미 삼아 떠들어 댔다.

이 자리를 빌려 간접적으로 나마 도박의 위험성을 한번 더 일깨워준 친구에게 감사하다.

.

.

.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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