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7월~8월은 1년 중 내게 몇 없는 참 바쁜 시기이다.
나는 옷을 만드는 일을 하며, 7월이 되면,
휴가철이나 방학을 이용한 다양한 행사와 축제들이 개최된다.
그만큼 다양한 행사용 혹은 판매용 의류들이 필요로 한다.
그런 연유로 내게 있어 7월은 정말이지 잔인하기 그지없는 시기이다.
매년 느끼지만 결코 행사물품을 미리미리 여유롭게 제작하는
업체나 단체는 본 적이 없다, 항상 그렇듯 늘 빠듯한 일정.
그로 인해 어쩔 때는 하루에 몇 시간을 화물 기사님을 섭외하는데 할애하기도 하고,
화물 기사님과 스캐쥴로 실랑이를 벌일 때도 부지기수다.
나는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억지를 부리는 것도 정말이지 싫다.
하지만 점점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내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더 싫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화물 기사님을 닦달하기 위해 전화를 하고 있다.
'뚜뚜...'
통화 연결음만 연거푸 반복되며 이어진다.
'설마 내 전화를 일부러 피하시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이어지지 않고 반복되는 통화연결음을 들으며,
잠시 멍하니 완성된 작업물을 바라본다.
주문자에 요청에 의해 최대한 시원한 냉감 소재로 만들어진 티셔츠,
그 티셔츠 가슴에 커다랗게 인쇄되어 새겨져 있는
넓고 푸른 바다의 이미지가 참으로 야속하게 까지 느껴진다.
'바다에 몸을 담가본지가 얼마나 되었더라?'
공교롭게도 나는 강원도 해안가에서 태어났다.
바다를 본다는 것이 한때는 참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마저도 사치인 듯 어렵고 멀게 만 느껴진다.
그렇게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을 삼켜내며 눈을 돌려본다.
이번에는 납품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충남 서산, 서산도 바다지...'
물이라곤 수도꼭지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물 밖에 없는 이 도심에서
바다로 가는 물건을 들고 실랑이를 벌이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참으로 하찮고 우습기 짝이 없다.
'나 빼고 다 바다로 가는구나...'
화물 기사님도 내가 만든 물건들도 그 안에 동봉되어 있는
내가 써 내려갔던, 계약서며, 내역서며, 증빙자료 같은 잡다한 각종 서류들 까지,
모두들 바다로 흘러간다. 나 빼고..
그만 화물 트럭에 실린 박스 하나에 몰래 숨어들어,
나도 바다로 흘러들어 갈 볼까?라는 멍청한 생각도 해본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딥디리 딥딥 디리 디리 딥~
...
...
실상은 저 바닥에라도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