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생 Mar 06. 2024

<모비딕> 맨 vs 와일드

03 - 책 <모비딕>의 감상문


이 작품 <모비딕>은 내가 어릴 적에는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좀 더 널리 알려졌었으며, 나 역시 처음 읽을 때는 '백경'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제는 작품의 원재인 '모비딕'으로 좀 더 잘 알려져 있으며, 나 역시 다시 읽을 때는 '모비딕'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백경'과 '모비딕', 둘 다 같은 존재를 지칭하고 의미하기 때문에 '백경'이라는 제목이 크게 틀린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좀 더 본 작품에 어울리는 제목은 원재인 '모비딕'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밑에 다시 '모비딕'을 소개하며 얘기해 보자.



"나를 이스마엘이라고 불러 주게..."


본 작품은 피쿼드호의 유일한 생존자 이스마엘이 과거를 회상하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반부는 이스마엘이 작살꾼 퀴퀘그를 만나 친구가 되고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원이 되어 출항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초반부만 본다면 이스마엘과 퀴퀘그가 주인공 같아 보이지만, 그저 이스마엘은 관찰자이자, 방관자에 불가하다. 퀴퀘그 역시 몇몇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기는 하나, 본 작품의 주역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청코너 도전자! 인간대표 집착과 광기의 화신 에이헤브 선장과 피쿼드호!"


많은 다른 작품 속에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들은 더러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에이헤브 선장만큼의 광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는 일찍이 40년을 넘는 세월을 포경업에 종사한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하지만 '모비딕'을 만나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잃은 후, 의족을 고래뼈로 만들 만큼 분노에 사로잡혀 오로지 설욕전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복수귀'가 된다. 에이헤브의 모비딕에 관한 분노와 광기 어린 집착은 그의 작살을 벼려낼때 잘 나타난다. 육지에서 무쇠 말 편자(발굽)와 면도날을 모아 와 이교도(유색인종의 선원)의 피로 담금질하고는 알 수 없는 악마의 의식까지 하는 기행을 보여 준다. 에이헤브 선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런 광인이면서 너무나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카리스마로 피쿼드호의 선원에게 광기를 전염시켜 나간다.



'홍코너, 야생의 대표 하얀 향유고래 '백경' 모비딕! '


아마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하얀 향유고래 '백경'을 떠올리라고 하면 예쁘고 흰고래가 유유히 바다를 유형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본 작품의 하얀 향유고래 '모비딕'은 흉측한 괴물 그 자체이다. 무수히 많은 뱃사람들을 심해로 끌고 들어 갔으며, 무수히 많은 배를 침몰시켰고, 또 무수히 많은 뱃사람들을 잡아먹은, 여러 번의 사투와 전투로 많은 흉터를 지녔으며, 턱이 삐뚤어진 모습의 거대한 괴물.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래들 혹은 야생의 입장에서의 '모비딕'은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 이자, 인간들에 대항하여 승리한 위대한 영웅이며 수호자 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


결국 종장에 와서는 피쿼드호는 모비딕에게 처참하게 파괴되어 침몰한다. 에이헤브 선장 역시 그 피로 벼려낸 작살에 본인의 다리가 엮여 모비딕과 함께 심해로 빨려 들어가 가라앉는다. 오로지 이스마엘 만이 그의 친구 퀴퀘그의 나무관에 몸을 의지한 체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다.

이렇게 에이헤브의 설욕전은 처참한 패배로, 모비딕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본 작품 <모비딕>은 누군가는 성경과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미국의 건국신화와 연결하여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자연과 인간의 싸움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 보았다. 본 작품은 단순하게 모비딕을 쫓는 것과 더불어 그 시대 선원들의 고충이나 현제는 세계적으로 금지되다시피 하고 있는 포경 작업에 대해 상세히 그리고 있다. 그 시대에는 고래는 바다의 보물 같은 존재다, 그런 거대한 보물을 사냥하기 위해 작살을 쥐고, 작은 나무배에 몸을 실고는 일사불란하게 노를 저으며 나아가는 포경업자들의 삶은 참으로 모험 가득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했다. 위에서도 얘기했듯 본작품은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리라 생각한다.


과연 피쿼드호의 유일한 생존자 이스마엘은 '모비딕'에 대해 훗날 어떤 감정을 품게 될까? 그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힘에 억눌려 공포를 느낄까? 아니면 에이헤브처럼 모든 것을 앗아간 모비딕에 분노를 느낄까?



여담이지만 작품내에서 에이해브의 광기에 물들지 않은 정상인은 화자인 '이스마엘'과 일등항해사 '스타벅'뿐이다. 이스마엘은 그저 관찰자이자 방관자일 뿐이지만, 스타벅은 끝까지 에이헤브 선장의 이성을 되찾게 하고자 노력하고 선원들의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등 본 작품에서 흔치 않은 인격자이다. 

이름에서도 알다시피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우리가 잘 아는 '스타벅스' 카페 이름의 유래가 되기도 하였다.

이전 02화 오랫동안 미루던 영화 <해피 투게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