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자취할 때 마트에서 구매하기 가장 애매하다. 30란을 사야 가격적으로 싸지만 양이 너무 많고, 15란은 또 비싸고... 그리고 15란 그마저도 다 먹지 못할 때가 태반이라 나는 자취할 때 계란은 잘 사지 않는다.
그래서 계란 결핍 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식당에 가서 행여나 계란 프라이나 달걀조림 등등의 계란으로 만든 요리가 나오면 메인메뉴보다 더 잘 먹는 상황이 종종 발생되기도 한다.
사실 나는 계란프라이를 만들 줄 모른다...
라면 다음으로 만들 줄 아는 음식이 있냐고 묻는다면 계란 프라이... 는 아니고 나는 스크램블에그라고 말할 순 있겠다.
나는 어릴 때 엄마가 계란 프라이 굽는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잘 습득해내지 못했다.
우선 계란프라이는 아주 쉬운 요리이다.
라면 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꿀 같은 요리이다.나는 방법도 매우 잘 알고 있다.
준비물은 계란 한알, 식용유, 프라이팬, 뒤지개만 있으면 된다.
이보다 간단한 요리가 세상에 있을까?
<계란프라이 레시피>
1. 불을 켜고 프라이팬 위에 식용유를 두른다.
2. 열이 조금 오르면 계란을 프라이팬 중앙에 깨뜨린다.
3. 이제부터 시간은 금이다. 찰나의 순간에 반숙이냐 완숙이냐 그 중대한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4. 적당한 타이밍에 한번 계란 프라이를 뒤집는다.
5. 그리고 뒤집은 후 15초쯤 뒤에 불을 끈다.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반숙 계란 프라이의 레시피이다. 이보다 간단한 요리는 없다. 그런데 번번이 내 마음처럼 계란프라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계란프라이는 많은 디테일함이 필요하다.
먼저 첫째, 계란 프라이를 만들 때 식용유 양이 중요하다. 너무 식용유를 적게 두르면 계란은 쉬이 눌어붙기 마련이고, 식용유를 많이 두르면 또 계란프라이에 기름맛이 베여 별로이다.
두 번째, 계란 프라이 모양 잡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종종 계란 프라이 모양을 잡아주는 틀을 살까? 아니면 계란 프라이용 프라이팬을 하나 장만할까? 이런 생각을 한다. 요리 고수인 엄마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신명 나게 날 놀릴까 봐 아직 생각만 하고, 사지는 못하고 있다.
세 번째, 반숙이냐 완숙이냐에 따라 적당한 타이밍을 잡는 게 생각보다 요리초보인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정확한 타이밍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 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가 터지는 순간 이 모든 건 주워 담을 수 없게 실패된다.
그럴 때면 나는 주로 종목을 변경한다.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는가?
계란프라이를 스크램블에그로!!!
앞서 말한 세 번째 까지는 어느 정도 실수해도 계란프라이의 형태를 만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계란 노른자가 터진다면 사실 이번 프라이는 영영 망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절망하지 않고 스크램블로 전향한다.
오히려 좋다.
나는 사실 달걀노른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반숙 노른자는 왠지 모르게 조금 비린 것 같고, 완숙 노른자나 삶은 달걀의 노른자는 특유의 퍽퍽한 그 느낌이 싫다. 이는 내가 계란프라이를 잘 만들지 못해서 하는 변명처럼 들릴 테지만 절대 아니다.
이런 노른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계란을 흰자, 노른자 가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스크램블에그 이기도 하다. 스크램블에그는 노른자를 톡 하고 터뜨리는 순간 시작된다.
계란프라이와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레시피가 더 간단해진다.
대신 스크램블에그는 계란 한 개로 해도 되지만, 양이 조금 적은 감이 있다. 그래서 최소 계란 두 개로 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스크램블에그 레시피>
1. 불을 켜고 프라이팬 위에 식용유를 두른다.
2. 열이 조금 오르면 계란을 프라이팬 중앙에 깨뜨린다.
3. 계란 프라이 형태가 잡히려는 그 순간 노른자를 터뜨리며 마구 뒤지개로 계란을 휘젓는다,
-> 맛있는 스크램블 에그가 완성된다!
세상에... 계란후라이보다 더 간단한 요리가 있다니!
그래서 나는 스크램블 에그를 참 좋아한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할뿐더러 무엇보다 식감이 포슬포슬 참 좋다.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그냥 먹어도 되고 간을 맞추고 싶다면 소금을 살짝 쳐서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