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나라 Sep 05. 2024

우리 집에서만 먹는 비밀음식 레시피 공유

8. 김치국밥

주로 일요일 아침에 가족들이 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이 음식을 먹었다.

주로 여름에 피서로 해수욕장을 다녀온 저녁 가족들이 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이 음식을 먹었다.

주로 입맛이 없을 때 이 음식을 먹었다.


과연, 이 음식은 뭘까?

퀴즈이다!

















"김치국밥 알아?"

라는 질문을 했을 때, yes의 대답을 나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대부분 콩나물 국밥은 먹어봤어도 김치국밥은 먹어본 적은 없다고 얘기했다.

나는 반대로 콩나물국밥을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가 최근에 이 글을 준비하며 한번 사 먹어봤다.


콩나물국밥을 먹을 필요가 없었고, 심지어 나는 콩나물국밥의 존재 자체도 몰랐던 건 바로

우리 집 김치국밥이 너무 맛있어였다.

김치국밥은 우리 집에서만 먹는 히든카드 같은 음식이다.


우리 집에서 김치국밥은 주로 일요일(토요일도 아니고 굳이 일요일)에 먹는 전통이 있었다.

이상하게 일요일 아침에 TV를 보며 가족들과 함께 먹는 김치국밥은 참 맛있다.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께도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김치국밥을 만들어 먹어보라고 반드시 추천드리고 싶다.


늘 엄마가 만든 김치국밥만 먹었던 내가 한번 만들어보니 유일하게 엄마가 만든 음식과 똑같은 맛이 났다. 이 레시피는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커서 맛있게 먹은 음식보다는, 어릴 적 맛있게 먹은 음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내가 처한 상황, 환경, 나이 모든 게 다 변했지만 향수처럼 그때 그 시절 먹었던 음식의 맛과 온도는 깊게 스며들어 한 번씩 떠오른다.

 

김치국밥 레시피(매우 간단)

1. 라면 끓이는 냄비에 물을 반 정도 넣고 코인육수 3알을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고 나면 잘게 썬 신김치를 적당량 넣고, 버섯을 넣고 한번 더 끓인다.

3. 밥을 평상시 먹는 양의 반정도 넣는다.(밥은 끓이다 보면 양이 불어난다)

4. 또다시 물이 끓기 시작하면 떡국 떡을 적당량 넣어준다.

+) 기호에 맞게 라면사리를 추가해도 된다.

5. 마지막으로 계란 하나를 그릇에 풀어 흰자와 노른자가 잘 섞이게 한 후, 냄비에 계란물을 둘러준다.(계란이 들어가면 영양도 갖춰지고 무엇보다 김치국밥을 먹다 너무 매콤할 때 계란을 먹으면 중화가 되니 더욱 좋다)

6. 완성된 김치 국밥에 참기름을 조금 넣어준다. (밥 숟가락 기준 반정도의 양)


완성!






김치국밥에 들어가야 할 김치는, 무조건 신김치여야 한다. 파릇파릇 갓 담은 새김치는 절대 넣으면 안 된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숙성되어 온 김치를 숭덩숭덩 한입 크기로 잘라준다.



나는 비교적 김치를 많이 잘게 자른다.


왜냐하면,  어릴 적에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맵찔이였던 나는 늘 김치를 물에 헹궈 겨우 먹었고, 라면도 조금만 매우면 입에 대지 못하고 진라면 순한 맛 혹은 스낵면 혹은 사리곰탕 정도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크고 나니 김치도 매운 라면도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 사람은 김치라며, 김치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갈 정도이다. 그 정도로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릴 적 김치를 매워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것 같다. 김치 크기가 크면 먹기도 전부터 부담스럽다. 그래서 여전히 김치 크기를 작게 자르는 버릇이 있다.







김치국밥은 김치, 버섯, 떡국떡을 다 때려 넣고 끓이면 완성되는 아주 쉬운 음식이다.


여기에서 버섯은 그냥 집에 있길래 넣었다. 없으면 넣지 않아도 무방하다.


조금 오래 끓이면 걸쭉하니 김치죽 처럼 되고, 적당히 끓이면 딱 알맞은 내가 만든 지금 이 김치국밥이 된다. 기호에 맞게 대충 감으로 끓이면 된다.


그리고 냄비는 반드시, 생각보다 더 큰 냄비에 끓이는 것을 추천한다. 나중에 재료들을 때려 넣다 보면 처음 넣었던 물양의 2배는 거뜬히 넘어간다. 그래서 제 열에 못 이겨 내용물이 끓어 넘 칠 위험이 있다.







엄마는 바쁠 때, 시간이 없을 때, 체력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힘에 부칠 때 간편하지만 맛있는 김치국밥을 만들어주신 게 아닐까 싶다.


그런 힘든 날에도 우리 가족에게 늘 따스한 한 끼를 선물해 줬던 엄마에게 감사하다.


어린 날의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김치국밥은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일요일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술 마신 다음날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해장에도 최고이다.

이전 08화 여름에 무조건 먹어야 하는 국룰 음식 10분 레시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