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계륵같은 존재다.
식탁에 없으면 허전하다.
그러나 김치만 덩그러니 있으면 부족하다.
고작 김치가 무엇이라고....
반찬이 10개가 있어도 김치가 없으면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이유인지 김치를 무시한다.
김치 그 자체가 메인 요리이기야 쉽지 않다.
김치에다가 돼지고기 넣어 김치 찌개로 변신 시켜야 하고,
김치를 부침가루에 뭍혀 김치전으로 만들어 줘야 우리는 그제서야 김치에 주목한다.
김치는 어떤 형태이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짜증난다.
그러나 김치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이란 일편단심이다.
한식집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항상 나를 조용히 지켜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김치를 귀찮아한다.
마치 철없는 10대 사춘기 아이가 부모님을 바라보는 모습이랄까?
김치의 탄생은 남다르다.
김장철이 오면,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절임배추에다가 양념을 정성스레 묻힌다.
양념은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갖가지 종류의 고추가루에다가 배를 갈아 넣고, 썰어놓은 생강과 다진 마늘, 멸치액젓과 새우젓, 그리고 깨끗하게 씻은 대파와 잘게 썬 무. 여기에다가 데친 무청과 흙을 털어낸 쪽파도 듬뿍 넣는다.
이 양념을 어른도 충분히 들어갈 만한 대야에 넣어 골고루 섞는다. 그리고 이를 수십포기의 배추 한장한장에 잘 발라넣는다.
김치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정성과 노력이 가득찼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
평소에 아무리 빵, 파스타, 등으로 때우더라도
뜨끈한 김칫찌개가 생각날 때가 있다.
김치는 정말 계륵같다.
좋지만, 너무 좋지도 않고,
그렇다면 없어도 절대 안되는 그런 존재.
<앞으로 1년 먹을 만한 김장을 하고나서....뻗기일보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