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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Apr 27. 2023

안녕히 안녕하시길


잘 지내고 계신지요?

꽃이 어여쁜 계절이에요. 나들이 갈 여유가 있는 봄을 지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리 안녕하지는 못하였으나 잘 지냅니다. 마음은 무디고 일은 더디지만, 꽃구경도 다녀왔고 사람도 많이 만납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글을 전혀 쓸 수 없었습니다.

일이 바쁘기도 했다지만 사실은 마음이 더 바빴어요. 불면은 깊어졌고, 잠들지 못하는 몸은 이내 부서질 것만 같았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내 몸이 조각조각 나는 상상을 했습니다.


차라리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려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대로 사라지기 전에 뭐라도 해보려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다닌 지 벌써 8개월이 다 되어가요. 차도는 없습니다. 전에는 약을 먹으면 금방 잠들었는데 그 마저도 이제 잘 듣지 않아요.


닳아버린 나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새로운 경험도 찾아다니고 운동도 쉬지 않고 했죠. 그림도 그리고 자격증 공부도 했어요. 하지만 글은 쓸 수가 없었습니다. 무얼 해도 텅 비어버린 마음에서는 글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벅차게 벌려두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두 계절을 방황하고 나니 이제 심플하게 살고 싶어 졌어요. 여전히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나고 있지만, 비로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는 안녕하지는 않지만 잘 지냅니다.


부디 안녕히,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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