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幻)

by 벼리영

25시가 흐르는 봄의 환(幻)



1.


코로나 포비아



냉기가 비집을 때, 무의식 생식기들


멀쩡한 관절막에 울음이 고였어요


시간은 절뚝이다가 주저앉아 버렸죠



당신은 얇아진 색 환청은 두꺼워요


뒤엉킨 나목에는 나이테가 멈춥니다


피사체 품은 계절이 철 모르고 허덕여요



2.


깊은 밤 애벌레는 어둠의 젖을 문 채


비트와 알트의 거래 현란한 그즈음에


늘비한 펌핑과 해킹 꿈을 캐는 걸까요



밤새도록 널뛰는 돈 잔고는 마이너스


길 잃었던 시간이 똑딱똑딱 흐르면


꼬리별 손 흔들어요


홍채 닫을 시간이에요


초점 잃은 아침이 선잠을 깨우더니


시간은 되살아나 그래프를 그립니다


물관을 차오른 절정


환상의 봄 물 건너요





레퀴엠



굳어진 숫구멍에 통증이 차오른다


마루엽 관통한 음표, 나비뼈를 들쑤신다


진혼의 정수리에선


피가 마르지 않는다



미수에 그친 사랑, 속살이 휘우둠하다


통증의 틈사이로 은하수, 달, 밤의 혹성


당신의 구겨진 서정이


느리게 걷고 있다



아침이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말라버린 수도사의 해면체가 걷는다


울울한 생의 꼭대기


비의 무게 무겁다



굽은 등 곧추 세워 눈감은 단조의 생


뼈마디를 걷다가 상처가 덧나 버린


절명한 라크리모사**


국화 품은 봄 소스라친다




*백석의 ' 고독' 시에서 차용.

**눈물과 한탄의 날.





이 명(耳鳴)



고요를 잃은 주어, 새끼를 치고 있다


다 자란 문장들이 어디서 나타났나


동살에 맴맴 거리며 반어법을 낳는다



불거진 이슈 공방, 이슈로 덮는 세상


신문고 두드리며 청원은 애가 타고


아우성 아우성치는


날개 달린 리트윗



진실이 오도되는 불감증 맞선 걸까


끊이질 않는 부정, 줄 잇는 시국선언


날 세운 풍자 단톡방


방하착이 맴돈다





어둠의 색깔




사방이 벽인 숲에 해가 들지 않는다


나무들 틈 사이로 부서지는 그림자


공포가 떠밀려온 곳


출구 잃고 헤맨다



허공의 퀭한 눈이 어둠을 젓고 있다


더미dummy되는 과정이 생생히 중계되면


얼굴에 분장을 한 아이


바닥 끌어당긴다



존엄은 생의 자취, 흔적이 지워지고


뭉개진 나무 사이로 흐르는 붉은 꽃물


믿음은 절멸의 꽃대 되어


핀 꽃마저 짓이긴다



굉음에 휩싸인 숲 날지 못해 엎드린 새


숨통 조인 바람에 절규가 휘날리면


어둠은 지름길로 돌아선


푸르고도 짙붉다




그림:벼리영

이전 03화페르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