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것이 모두를 지키는 일
치매와 함께 하는 삶은 마라톤과 같다.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리려면 부모님의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속상하고 불안한 마음에 폭식을 하고, 이유 없이 술잔을 기울이던 날들이 있었다.
우울감에 휩싸여 소파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고, 밤잠을 설친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음 날을 맞이하곤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엄마를 온전히 돌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힘든 순간이 오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결하고, 내 마음을 추슬러 본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취향에 맞는 상점에 들르거나, 한동안 멀리했던 책을 다시 펼쳐본다.
운동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힘이 된다.
근력 운동, 자전거, 수영처럼 땀 흘리는 활동은 잡생각을 지워주고 머리를 맑게 만들어준다.
자기 전에는 스트레칭이나 명상으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달리기는 목표 거리를 채우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목표를 넘겨 몇 발자국 더 나아가면 '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주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감정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
완벽한 보호자가 되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가끔은 모든 걸 잊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음악을 듣거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아무런 목적 없이 거리를 걷는다.
그렇게 나를 돌보는 작은 노력들이 쌓여갈수록,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따뜻한 마음으로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음을 배운다.
나를 돌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보호자로서 내가 무너지지 않아야, 가족과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습관들이 모여 나를 지탱해 준다.
나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곧 모두를 지키는 일이다.
어떤 날은 작은 일 하나를 해내는 것조차 기적처럼 느껴진다.
부모님이 작은 성취라도 이루셨다면, "잘하셨어요"하고 따뜻하게 격려하자.
어떤 날은 그저 해보려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할 수 있다.
혹여 뜻대로 되지 않아도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고, 충분하다고 말해 드리자.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일이 생겨도 곁에 있겠다"는 마음을 보여주자.
이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이자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예민하고 인내심은 짧으며 짜증 많은 평범한 아들일 뿐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된 길이지만,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치매 가족의 기억은 흐려져도 사랑은 남으리라 믿는다.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것이자, 나 자신을 위한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