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였으나 이것은 목욕을 겸한 여행인지 모른다.
나의 겨울 방학을 맞이하고 꽤나 시간이 지났다. 어제가 2월 20일이었으니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더 흘러간 셈이다. 코로나 때문에 웅크리고 되도록 생활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자 했으나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어딘가 여행을 떠날 수도 다른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아이들의 글감은 생활 속 소재로부터 시작인데 점차 고갈되려 하는 듯했다. 유일하게 만나는 친구는 다인이, 어디론가 가는 곳은 할머니댁 그렇게 1년의 시간은 비슷한 패턴을 따라 흘렀다. 처음에 아이는 목욕이 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가려던 온천 가족탕을 알아보니 숙박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그 사실을 말하자 아이는 그냥 호텔에 가고 싶다고 하였다. 나도 여름방학도 겨울방학도 아무 여행없이 보내고 신학기를 맞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갑자기 호텔과 펜션, 풀빌라 등을 찾아보았다. 좋은 곳이 많았다. 가격만큼 좋았다. 아이들이 원하던 목욕할 수 있는(목욕이 아니라 정확한 표현은 물놀이일 것이다.) 좋은 숙소를 보고 난 후 다시 적정 금액대의 숙박지를 예약하려니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비싼 가격에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또 용납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껏 좋은 풀빌라의 온수 스파에 몸을 맡기는 기대에 한참 부풀었다가 ‘그냥 비싸서 안 갈래’로 마음이 귀결되면서 나는 김 빠진 풍선이 되어 검색을 멈추고 유튜브로 싱어게인 30호 가수 영상을 보았다. 이번 주말도 그냥 가까운 공원에 가서 아이들 킥보드 타고 저녁 챙겨 먹고 나면 내일이겠다 하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그런 중 갑자기 거실에 있던 남편이 우리 모두에게 1시 반까지 도착해야 하니까 서두르라고 했다. 가족탕에 간다고 했다. 오늘 객실 예약이 안 되는 것 같았는데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그럼 그냥 목욕만 하고 오자고 했다. 그랬다. 우리는 그냥 이따금 가던 부곡에 아이들 좋아하던 가족호텔에 2시간 30분을 머무르기 위해 차에 올랐다. 창녕은 여기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니까 서둘러야 했다. 남편이 만든 아침상을 치우지도 않고 널브러져 있었는데 무엇인가 목적이 확실해지니까 무기력해지려던 몸이 가볍고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집을 치우고 목욕 용품을 챙기고 차에서 아이들 먹일 간식을 담았다. 맥드라이브를 이용해 목욕 후 먹을 간단한 점심을 포장했다. 바로 튀겨낸 치즈스틱 4조각은 치즈가 따뜻하게 늘어날 때 먹어야 해서 바로 먹어치웠다. 음악과 함께 톨게이트행. 아이들은 오랜만에 지루하고 낯선 장거리 고속도로행에 살짝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숙박은 안되고 대실은 가능했던 부곡 키즈 스테이 온천에 도착했다. 욕조 가득 채운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맡기자 일동 ‘시원하다’고 외쳤다. 나른하고 잠이 올 것 같았지만 아이들 떼를 밀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전투적인 모습이기도 했겠다. 앞으로 얼마간 우리는 가족탕에 갈 수 있을까? 이제 곧 그 기한이 임박해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이 원한 것은 정확히 물놀이였다. 이것보다 탕이 커서 마치 수영장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고 싶었을텐데 나는 샤워하고 도망가려는 아이를 잡아 열심히도 떼를 밀었다. 팔이 꽤 아팠으니
어제의 글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기록되었다. 옆에 훈수를 두던 동생이 먼저 잠들고 아빠와 같이 셋이서 하루를 복기했다. 창녕 부곡 온천 단지에만 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창녕에 대한 이미지는 이 거리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이 글 첫 문장은 길거리에 자리 잡은 따오기로 시작되었다. 중간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족탕에서 느낀 본인의 감정이 솔직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는 사실 샤워만 하고 떼는 밀기 싫었다.’, ‘나는 떼수건의 거칠거칠한 소리를 싫어한다.’ 등 여러 문장에서 아이의 생각과 감정이 잘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요즘 한자에 대한 관심이 여과 없이 말과 글에 묻어나는 것이다. 아이는 매일 한 권의 마법천자문을 읽고 공격과 방어를 하면서 놀고 있다. 그래서 한자 모양은 잘 모르지만 독음과 뜻을 상황에 맞게 외치고는 아주 흡족해한다. 한자는 잘 몰라도 아이 한글 어휘력에 도움이 되겠지라며 살짝 기대를 해 본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난 후 쓸 말이 더 많은지 너무 길게 불러줘서 내가 중단시켰다. 그래서 글의 말미가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말로 끝이 나지만 아이는 정말 신나게 불러주었다. 오랜만에 아이가 우주 최고로 신난 모습을 본 것 같다. 하루 반나절의 우리 가족만의 온천욕과 사람 없는 공원 한 구석에서의 킥보드 라이딩과 저녁 한 끼,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