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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May 22. 2024

러닝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5년간 꾸준히 해왔던 그간의 달리기 역사를 펼쳐보려 합니다.



러닝이 요즘 열풍이다. 매체보도나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인지, 확실히 대회규모도 더 커지고 달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러너들이 늘어나는 만큼 러닝문화가 더욱 깊게 자리 잡힐걸 생각하면 반가운 마음이다.



달리기


말 그대로 질주하면 될 것 같은 운동. 대단한 기술이나 특별한 장비의 도움 없이 그저 앞을 향해 달려가면 될 것 같은 운동.


걷지 않고 온전히 달리는 행위. 러닝을 해온 지는 어느덧 햇수로 5년이 다 돼 간다. 원래부터 걷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에서도 대중교통보다 주로 걸어 다녔고, 때로는 한 정거장 일찍 내려 걸어가곤 했다. 그러다 코로나라는 변수가 터졌고, 바깥에서 할 수 있는 건강한 운동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러닝으로 이어졌다.


목표를 정하지 않고, 무한정 걷고 있으면 어느새 묵혀 있던 마음의 짐들이 씻겨져 내려간다. 고민과 걱정들의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던 불안감도 조금은 누그러진다. 오래 걸을수록 묵혀있던 체증과 함께 내 체중도 같이 내려간다.


유독 극심한 슬럼프로 인해 힘든 며칠을 보내고 나면, 내리쬐는 햇볕에 몸을 맡기고 정처 없이 걸어본다. 따스한 햇살이 뭉쳐있는 어깨와 등을 어루만져 주며 위로해 준다. 악몽으로 인해 뻣뻣하게 굳었을 몸도 마음도 서서히 긴장이 풀리며 말랑말랑해진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숨통이 트임을 느낀다. ‘아, 내가 살아있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생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해 질 녘 노을, 멋진 야경과 함께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만보기 어플이 알림을 보낸다. "10000보 이상을 걸으셨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는 반짝반짝하는 윤슬을, 저녁이 되면 서늘한 바람과 함께 풀 내음을 맡으며 뛸 수 있다. 비가 올 때는 흠뻑 젖은 생쥐마냥 저벅저벅, 다리가 아플 땐 잠깐 쉬어가며 무거운 다리로 터벅터벅, 모처럼 에너지가 넘칠 땐 러닝화가 지면에 닿는 "챱챱챱" 소리를 내며 활기차게 뛴다.


걷기와 달리기는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여행에서도 적용된다. 일상에서는 늘 시간/분 단위로 목표를 정하며 살아갔다면, 여행에서만큼은 종착지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풍경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본다.


대학생 때도 제주 올레길이 좋아 계획 없이 무작정 제주행에 몸을 싣곤 했다. 당시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했기에 잠시 비행기모드를 해놓고, 구닥다리 아이리버 mp3와 줄 이어폰 하나만 꺼내놓고 작은 가방을 어깨에 멘 채 그저 뚜벅뚜벅 걸었다.



성취감


만보를 걷고, 만보기 어플을 통해 하루 최대 포인트를 쌓으면 그날 하루의 할당량을 모두 채우고 마무리하는 느낌이다. 오늘 하루, 뭐 하나 제대로 한 거 없는 거 같지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했다는 뿌듯함.


'런데이' 어플 화면 캡처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러닝어플의 도움을 받았다. 음성 코칭과 함께 8주간 미션을 수행하고 스탬프를 찍어가며 “오늘도 해냈구나”라는 성취감을 느끼며 달리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한 기술 없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소수점 단위의 몸무게만 증량해도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듯한, 몸이 무거워짐을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일주일만 쉬어도 페이스*가 떨어지며 약해진 체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정직한 운동. 하루에도 수십 번 “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 투자한 만큼 결괏값을 알 수 있는 러닝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라 함은 달릴 때의 속도로, 주로 분당 킬로미터(min/km)로 표기한다.


러닝이 일상에 온전히 스며들며, 모든 생활반경이 러닝에 초점이 맞춰지기까지 긴 여정의 러닝일지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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