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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Aug 07. 2024

러닝에도, 삶에도 쿨다운이 필요합니다.




‘헐떡헐떡’, 가쁘게 쉬던 숨을 천천히 고르기 시작한다.
‘새근새근’ 보다 안정된 호흡과 함께 속도를 점차 줄여나간다.

 

목표했던 거리를 다 뛰고 나서 바로 멈추기보다는 경보 수준의 걸음으로 쿨다운을* 해준다. 뛰는 것도 힘든데 또 걸으려니 막막할 때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헬스장 트레드밀의 고무벨트가 서서히 느려지듯, 목표거리로부터 약 300m가량 남았을 때부터 조금씩 속도를 줄여간다. 경보 수준에서 빠른 걸음, 천천히 걷기 순으로 보폭을 줄여가며 마무리한다.


*운동을 마친 뒤에 온몸을 풀기 위하여 하는 가벼운 운동을 말한다.


빠르게 뛸 때는 못 느꼈던 무거운 몸들이 말랑말랑하게 풀어진다. 어깨부터 손목, 허리, 발목까지 마디마디 하나들, 눈가에도 긴장이 풀리면서 느슨해진다. 시야가 탁 트이며 미처 못 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공기의 온도·촉감·질이 오감으로 느껴진다. 달릴 때는 오로지 속도 하나만 신경 쓰며 아무 생각 없이 뛰었기에 몰랐던 것들이 눈에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겨울에는 뛰기 전에 몸을 달궈줘야 한다. 자동차 시동 걸기 전에 예열을 하듯, 파충류들이 허물을 벗듯 입고 있던 재킷을 하나씩 벗어준다. 두꺼운 패딩부터 집업후드, 열이 오르고 나서부터는 기모 긴팔티 하나만 입고 뛰기도 한다. 뛰기 전에 예열을 했다면 끝나고는 땀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전굴자세로 머리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후 어깨, 허리, 목 순으로 천천히 올라오며 구석구석 피가 원활하게 도는 것을 느낀다. 허벅지 안쪽부터 종아리까지 다리 근육들을 쭈욱 이완시켜 주며 안정을 찾는다. 귀찮음으로 이 과정을 무시하면 다음날의 내가 고생한다. 끝나고 잠깐만 투자하면 될 것을, 이 과정을 건너뛰어 1시간이 지연되기도, 길게는 며칠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달리기 전후로 꼭 10분 정도는 꼭 스트레칭에 시간을 투자한다.


마라톤 대회에서도 마냥 전력질주하기보다는 나름의 전략을 짜면서 달린다. 처음부터 무작정 속도를 내기보다는, 많은 주자들 사이에서 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정도로만 속도를 내고, 다들 힘이 빠지는 7km 구간부터 속도를 높이며 완주지점까지 냅다 뛰기 시작한다. 오르막길에도, 대로 폭이 넓어지는 대교 위에서도 속도를 낮췄다 높였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페이스를 조절한다. 마라톤은 장기전이기에 길게 내다봐야 한다.


삶에도 있어 치열하게 살다 보면 주변의 것들을 놓치고,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젊을 때야 며칠의 체력을 앞당겨 써도 금방 회복되곤 했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체력 분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면서, 무심했던 일상의 풍경들과 소소한 행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잘’하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높이며 오버페이스를 할 때도 있지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다리에 통증이 생길 때쯤에야 속도를 줄이듯 몸의 신호들을 기민하게 알아차리고자 한다. 부모님이 운전하던 차 뒷좌석에서 편히 가던 어린 시절을 벗어나, 인생의 운전대를 내가 잡은 순간서부터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인지 속도와 방향을 신중하게 선택하게 된다.


인생도 마라톤도 비슷한 구석이 참 많다. 당장 눈앞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보다 안전하게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 달리기에도 쿨다운이 필요하듯, 삶에도 한 템포 쉬어가는 타이밍이 필요하다. 부스터마냥 달리기보다는 중간중간 여유를 가지며 목표를 다시 되새기기도 한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복리이자가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듯, 탄탄한 코어를 기반으로 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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