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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Sep 15. 2024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여름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연둣빛으로 물든 신록의 계절 여름. 멋진 풍경은 힐링이지만 덜컥 나가기가 두려운 날씨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 습한 기운까지 더해지면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어지럽기도 하다.


여름날 달리기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환풍기 앞에서 뛰는 느낌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습기를 한 모금, 한 모금 마신다. 어느새 습기를 가득 머금은 온몸이 무거워지고, 축축 젖은 스펀지마냥 늘어진다.


그렇다고 아예 안 뛸 수는 없기에 큰 마음을 먹고 우선 집 문 밖을 나선다. 숨이 턱턱 막혀온다. ‘아 바람마저 미지근하네.. 지금은 못 뛰겠다’ 의욕이 확 식는다. 마치 몸을 녹이러 습식사우나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숨이 막히는 느낌에 도로 나오는 모습 같다.


어찌어찌 평소 뛰는 곳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비장한 마음이 필요하다. 너무 더워서 준비운동도 대충대충 건너뛴다. 하지만 내 눈앞에는 수많은 러너들이 지나가고 있다. 땀에 흠뻑 젖어 축축해졌지만 움직임 하나만큼은 경쾌하고 활기가 느껴진다. 구릿빛 피부의 싱글렛(민소매 형태의 옷)을 입고 뛰는 러너부터 탄탄한 복근과 함께 브라탑을 입고 뛰는 러너, 시원하게 상의 탈의를 하고 뛰는 러너들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더위를 극복하며 뛴다. 멋있는 러너들을 보며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 ‘언젠간 나도 저렇게 멋있는 러너가 돼야지’라고 되새기며 발바닥에 더욱 힘을 실어본다. 하지만 1km가량 지났을까 숨이 다시 차기 시작하면서 땀이 비 오듯 뚝뚝 떨어진다.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낄 때쯤 눈앞에 개수대가 보인다. 사막의 오아시스 마냥 반가운 마음과 함께 냅다 직행한다. 열기로 인해 뜨거워진 스테인리스의 개수대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얼굴과 팔에 물을 끼얹는다.


평소에는 5km가량은 큰 무리 없이 뛸 수 있었는데 반도 안 돼서 심박수가 170 이상 올라가며 무릎이 저려온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보기라도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좀 걷다 보면, 저만치서 뛰고 있는 러너들이 눈에 들어온다. 괜히 조바심이 들고, 뛰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다시 호기롭게 출발해 보지만 2km도 못 가서 다시 퍼지고 만다.


  더위에 무척이나 취약한 나로선, 모두가 꿈나라에 있을 새벽이나 밤에 주로 뛰러 나가곤 한다. 식을 줄 모르는 뜨끈한 온도에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소식. 습도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수시로 날씨앱을 확인해 준다. 기온과 습도는 페이스와 반비례하고 1도씩 오를 때마다 귀신같이 페이스가 10초가량 떨어진다. 그래도 중간중간 개수대가 있어 물을 끼얹고 뛰거나 파워젤·포도당 캔디처럼 보조식품의 도움을 받아가며 목표했던 거리는 완주하고자 한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간다. 이왕이면 살짝 페달만 돌려도 앞으로 슝슝 나가는 전기자전거가 편하다. 사실 걷는 거까지가 운동이지만,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면 기분 좋게 운동을 마무리할 수 있어 좋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따 달큰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수를 벌컥벌컥 마신다. 에어컨을 켜고 옷을 훌러덩 벗어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다. 레버를 파란색 냉수로 끝까지 돌린 채 샤워헤드를 고정하고 눈을 감고 잠시나마 멍을 때린다. 몸의 열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싶으면 상큼한 향의 바디워시로 구석구석 닦아주고 물기를 털고 나와 시원해진 냉기와 함께 선풍기 바람을 쐬며 쾌적함과 나른함을 느낀다.


   유독 무더웠던 이번여름, 축축 처지기도 하고 버거운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여름 특유의 청량함과 푸르른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다가오는 가을에 열릴 대회들을 차례차례 준비하고자 한다.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을 시작으로 마라톤의 수능이라고 불리는 jtbc 마라톤까지 한껏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기대해 본다.



p.s:

제가 유독 더위에 취약해서 그렇지, 즐기면서 뛰는 멋있는 러너들도 많답니다(하하..) 다들 즐겁게, 안전하게 뛰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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