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꾸준하게 좋아하기 위해
러너들이 각자만의 방법으로 사부작사부작 신발을 커스텀하거나 수선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실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추운 날, 신발 앞코에 찬 바람이 슝슝 들어오지 않게 무릎에 붙이는 테이프를 활용하여 붙이기도 하고, 발볼이 넓은 사람들은 일명 '악마의 뿌리 제거'라고 불리는 방법을 사용해 가장 앞쪽에 있는 신발끈을 제거하기도 한다. 흔히 ‘집도’ 한다고들 하는데 뺀치와 커터칼, 그리고 접착제를 녹이기 위한 드라이기까지. 정말 신발을 수술시키는 느낌으로 한 땀, 한 땀 자르고 째고, 뜯으며 고쳐준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리폼해 나가는 방식이 귀엽고 앙증맞게 느껴진다.
어스름이 내려앉을 새벽부터 러너들은 대회장에 일찍 도착해 몸을 풀고 배번호를 부착하고, 같이 뛰는 주자들과 담소를 나누기 바쁘다. 형형 색깔, 알록달록한 유니폼들 사이에서 우비를 입고 있는 주자들도 많이 보인다. 대회출발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주로에서 뛰기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기에 체온보호를 위해 우비를 입는다. 비닐재질이므로 몸을 덮을 수 있는 소재로서 가장 가볍고 버리기에도 편하다. 탈의하기 쉽게 허리를 기준으로 아래 부분은 모두 자르고 상의 부분만 남긴다. 그리고 팔을 흔들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소매 라인을 따라 자른다. 몸도 짐도 최소한으로 가볍게 한 뒤,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저항을 줄인다. 많은 주자들을 통과하고, 서서히 열이 오르면서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에야 우비를 벗고 본격적으로 전력질주하기 시작한다.
주로에서 보이는 러너들의 모습을 위에서 보면 무지개색 마냥 형형 색깔 알록달록하다. 상의부터 양말까지 어두운 무채색으로 통일한 사람들도, 쨍한 연두색부터 분홍색, 주황색 등 각기 다른 색깔들의 티셔츠와 양말과 신발들로 주로를 가득 채우고 있다.
화려한 옷들 사이에서 유니폼 배 쪽에 부착되어 있는 배번호(race bib)가 눈에 띈다. A4 종이 크기에 참가자 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다. 남는 공간에는 본인이 속해 있는 크루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옷핀으로 고정한 배번호를 펄럭펄럭 나부끼며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다. 휘황찬란한 색과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크루명 덕분에 멀리서도 우리 크루원인지 한 번에 알아챌 수 있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가능한 오래,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심어준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본인에게 최적화된 옷과 신발, 보조 도구들까지 맞춤복마냥 하나씩 맞춰 나간다. 때로는 장비빨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자잘한 소비들은 감수하기도 한다. 돈을 투자한 만큼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명분을 만들고 횟수, 강도를 늘려가며 점차 충당해 나간다.
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오늘도 각자만의 방법으로 취미생활을 영위해나가고 있는 운동 애호가들을 응원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