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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Feb 03. 2022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다른 눈으로

내 이야기는 소설이 되고 수필이 되고

이 이야기는 앞으로 제가 연재할 제 실제 이야기들입니다.

본 글은 오드아이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기 위해 쓰여진 글들 중 두번째 편에 해당합니다.

**매거진으로 옮깁니다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안녕, 오드아이. (brunch.co.kr)


첫 번째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마주한 감정은 개운함과 부끄러움 그 사이에 위치했던 것 같다.


이어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 보자면,

그 소설은 (너무나 당연한 종결에 해당되는 것 같다) 1등이라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백일장 대회에 한 두 번 나가본 것도 아니고, 1등을 처음으로 해 본 것도 아닌데 그 상이 갖는 의미는 너무도 특별했다.

내가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꺼냈고, 그것도 나의 언어로 서술해 나갔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J의 반에 어느 날 전학생 S가 온다.

전학생은 J를 알아보는 눈치지만, J는 S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그런 J를 보며 S는 생각이 많아지고,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는 J는 답답하기만 하다.

S는 J에게 어떤 이야기를 마주해도 괜찮을 용기가 생기면, 그때 자기를 찾아오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만 꺼낼 뿐이다.


우연한 계기로 S와 S가 알고 있는 진실을 이제는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결심한 J는 S를 찾아간다.

그리고 S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J와 S는 유치원 때부터 단짝친구였고 한 쪽 눈 색이 달라서 친구들로부터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J를 든든하게 지켜준 건 S였다.

아이들의 장난과 놀림은 계속해서 J에게 너무도 큰 상처가 되고, 그런 J를 지켜보며 부모님은 결국 렌즈 삽입술을 통해 J의 눈 색을 다른 아이들과 같은 평범함으로 감춰준다.

수술을 마친 J는 처음부터 내 눈 색은 이랬다고 암기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J지만 기억 저편에서 이를 소환해 마주했을 때 당황스러움이 크다.

잊고 싶었던 기억, 잊으려 했던 지난 시간들로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J는 무너지지 않는다.

진짜 자기 모습은 가려진다고 가려지는 게 아닌, 늘 그 안에 자리하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 S는 실제 인물에 픽션을 가미한 인물이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썩 잘 쓴 소설이라고 할 순 없는데 왜 1등을 한 건지 심사평이 궁금해졌다.

시상식 당일, 행사장에서 도착하자마자 심사평가가 담긴 인쇄물 속 내 소설에 대한 평가를 찾았다.

몇 가지 문장들이 적어져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내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는 문장은.


대상을 보는 시선이 긍정적이며 따뜻하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자기 혐오와 자기 연민의 대상에 불과했던 내 짝눈을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바라본다고? 내가?

* 나는 짝눈이라는 표현을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J가 자기의 과거를 애써 외면했듯,

어쩌면 나 역시 내가 나를 나이기에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봐주고 싶어하는 그 진심을 외면한 건 아니었을까.

남들과 '다른 눈'을 남들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읽힌 거다.


심사평을 받고 왈칵 울었던 건 아니지만, 먹먹함은 오랜 시간을 건너 지금도 유효한 감정이다.

그때 받은 작은 긍정과 나는 나를 미워한 게 아니라는 조금의 안도감으로 고등학생 시절은 다소 평안히 보냈다. 그리고 어떠한 꿈을 품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글로 나를 위로했듯 어쩌면 언젠간 다른 누군가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당신을 다른 사람과 달리 볼 수 있다고, 나는 다른 눈을 지녔으니까.

그 마음으로 3년을 최선을 다해 보냈고, 서울 소재의 호수가 자리한 한 대학교의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글을 잘 쓰는 친구들 사이에서 꿈을 펼치기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기한 적은 없었다.

다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들 속에서 '나'들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과정들을 담은 에세이 '다른 눈으로'이라는 작품은 과에서 문학상을 수상했고.

꼭 상을 받아야지만 내 노력들이 인정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의 일부로 자리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들곤 했으니까.


조심스럽게 세상에 이야기했던 거다.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에게만 오드아이가 있는 게 아니구요, 사람도 오드아이일 수 있어요.

그것도 21세기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자아이가요.


2cm도 안 되는 작은 눈, 어쩌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작은 표식이지만

그 표식으로 인생 전체를 조금씩 달라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상처는 정체성이 되는 법이고, 사람은 저마다 자기가 선택한 상처랑 산다고들 하니까.


나는 나의 많은 상처 중 오드아이를 선택한 거다.





오드아이로 살아온 지난 인생을 압축해서 말하면, 우선은 여기까지.

지금까지 서술한 이야기들은 일종의 역사에 해당한다면, 앞으로 여기 브런치에서 게재할 글들은 오드아이인 내가 마주한 다양한 단상과 깊은 관련을 맺을 것이다.

소설 속 S는 나에게 어떤 친구였는지, 오드아이로 살아오며 소개팅 때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오드아이가 생각보다 별게 아니라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등.

내가 나이기에 이야기할 수 있는 여러 순간들을 써내려갈 예정이다.

부족함이 많겠지만, 이걸 말하지 않으면 잊혀질지 모른다는 안타까움과 혹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내가 아닌 다른 오드아이가 이 글을 보고 조금의 동질감을 느껴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이제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준비가 비로소 되었다는 작은 용기로 브런치 게재를 시작한다.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다른 눈으로" 끝.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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