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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Oct 12. 2023

연애 똥촉이 본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남자주인공으로서 피터는 되고 조쉬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하여.

아 역시 내 똥촉.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내 짧은 감탄사.

이번에도 누가 누구랑 잘 되어가는지 헛짚은 것이다. 나는 <나는 솔로>, <하트시그널> 등을 비롯해 다양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 시청을 즐기지만, 이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밌는 이유 (brunch.co.kr)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정작 실전 연애나 사랑 장르에 유독 취약한 편이다. 친한 그룹 내에서 A와 B가 썸 탄다고 가정했을 때, 뒤늦게 둘이 사귄다고 공식 발표를 해야만 아는 사람? 그게 누구라고? 바로 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을 매번 느낀다.


이번 연휴 때 보게 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2018)>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이름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 주인공 라라진이 당연히 조쉬와 잘 될 것이라 확신하면서 영화를 따라가던 중, 아 아니네 조쉬가 아니라 피터네. 싶었던 거다. 내가 아닌 다른 시청자들이라면 초반에 눈치챌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똥촉을 발휘한 나는 당연히 조쉬와 라라진의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일 줄 알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라라진은 피터랑 잘 될 수밖에 없었을까?

일반 시청자들이라면 “그걸 말이라고 해? 안 봐도 비디오! 너무 당연하잖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똥촉인 나는 그게 왜 당연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윽고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아 피터네.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영화 후기를 이렇게 한 번 작성해 보기로 했다. 왜 라라진과 피터가 잘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라라진은 쉽게 이야기해, 금사빠이고 방어적인 기질이 높은 친구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 있지만, 들키고 싶지 않아 하고 그걸 편지에다가 쓰고 그걸로 만족하고 마는 캐릭터이다. 그런 그녀는 오랫동안 조쉬라는 남사친을 남몰래 사랑해 왔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친언니와 2년 동안 교제했고, 이에 라라진은 그녀의 마음을 더 감출 수밖에 없었다, 어느 소동이 있기 전까지.


바로 그 소동은 라라진의 여동생 키티가 그녀가 남몰래 쓴 모든 편지를 편지로 부쳐버리게 된 사건으로, 라라진은 조쉬를 피할 방법이자 연막 작전으로 조쉬에게 피터와 계약 연애를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음, 그래. 조쉬가 질투심도 느끼고, 사실은 본인도 라라진을 깊이 좋아함을 자각하겠군.”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똥촉! 하지만 오히려 왜 조쉬가 아니고 피터가 남자주인공인지 이유를 살펴가면서 더 라라진과 피터의 서사에 공감할 수 있었다.


1 피터와 라라진은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있다

피터는 아빠가 재혼을 했고, 라라진의 엄마는 돌아가셨다. 부모님 중 한 분의 부재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고, 이는 서로의 상처에 대해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으로 작용한다. 라라진은 가족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피터에게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고, 둘은 상처 공유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2 피터는 운전을 잘한다

운전 잘하는 게 어때서! 싶을 수 있겠지만, 라라진의 최약점은 운전이다. 키티가 라라진이 운전하는 조수석에 앉을 때 헬맷을 쓰듯 라라진의 운전 실력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이에 반해 피터는 운전이 능숙하고, 계약 연애 기간 동안 라라진과 키티를 태우고 함께 등하교를 한다. 예전에 라라진이 차 빼는 일로 어려워할 때도 조언을 건네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라라진이 부족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운전으로 묘사되는 것도 내겐 재미있는 연출이었다.


3 조쉬는 모르지만, 피터는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짝사랑 상대인 조쉬와 라라진은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많은 걸 공유했음에도 정작 라라진이 어떤 성향인지 조쉬는 모른다. 그러나 피터는 라라진이 따뜻하고 강한 친구이지만 누군가와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겁이 많고 두려워한다는 점을 캐치하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가까운 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을 향한 진심 어린 궁금증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임을 영화를 통해 다시금 느꼈다


이러한 이유들 말고도, 서로가 서로에게 첫 뽀뽀 상대였다는 것. 라라진의 패션스타일을 진심으로 피터가 좋아했다는 것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흔히들 뭐시 중요하겄나.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와닿았고 진짜 사랑을 시작했다는 것. 이전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그리는 따뜻한 성장 러브 스토리일 것이다.


영화 제목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다. 모든 남자들 가운데 유독 단 한 사람을 ‘내가’ 사랑하게 된 이유는, 모든 남자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말이 조금 이상한가? 그럼 다르게 풀어보겠다. 누군가들을 마음 속으로만 사랑했던 시간이 끝났고, 이젠 누군가를 진짜 사랑할 시간이 온 거다. 오직 마음 속으로만 말고 온 마음 다 꺼내서 진짜 최선을 다해 사랑할 시간이 온 거다. 이 영화를 보며


해당 영화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콘텐츠 <김종욱 찾기>와 연계해서 비교하면 재미 있을 부분이 꽤 많은데,

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리고 내 운명 찾기 (2) (brunch.co.kr) 

논문 형식이 될까봐 우선은 피해본다. 단, 이 장면 하나만큼은 꼭 이야기해 보고 싶다. 마고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라라진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편지를 부친 건 키티의 짓이 맞지만 정작 그 편지가 그들에게 갈 수 있었던 건 라라진이 편지에 정성스레 주소까지 썼기 때문이었다. 우표만 붙이지 않았을 뿐, 언제든 편지는 제 주인에게 도착할 준비를 했다. <김종욱 찾기> 역시 비슷한데, 오랜 시간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 헤매는 척 연기했지만, 사실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는 여자 주인공 손에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행동에 옮기고 그 다음 스텝을 만날 수 있었음에도, 마음 속에 묻고 끝내 행하지 않았던, <김종욱 찾기>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속 각 여자 주인공 두 명은 서로를 무척 닮았다. 그래서 이 두 콘텐츠들이 유독 내게 와 닿았다는 것은 그들의 모습이 때론 나 같이 느껴졌기 때문임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찾아오는 변화가 더 극적일지도 모른다. 나만 존재하던 세계에서 나와 너가 존재하는 세계로 나온 것은 계절의 변화보다 더 큰 사건일지 모르니까.


내가 본 건 시즌 1이고, 시즌 3까지 공개되었다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젠가 또 시즌 2를 보겠지만 아직은 시즌 1의 여운을 간직하고 싶다. 귀여운 라라진과 피터, 그리고 이번에도 사랑의 짝짓기 예측을 실패한 유부녀인 나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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