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인순이, 아버지-
그녀가 사라진 뒤 그녀가 뚫어져라
보던 곳을 나도 바라보았다.
무엇이 있을까?
그녀가 빤히 보던 건
중년의 남자에게 어울릴만한 점퍼였다.
아마도 그녀는 매일 같은 옷만 입는
아빠에게 새로운 점퍼를 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소녀의 마음이 아저씨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그녀가 건강해져서 그 점퍼를 살 수 있을까?
소녀를 인도하고 며칠이 지났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집을 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은 닫혀 있었고,
상중이라는 안내문구가 적혀 있었다.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
그녀는 선물을 전달하지 못했다.
그녀 대신에 나라도 그 점퍼를 사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행사는 지속되고 있었고
나는 점퍼를 살 수 있었다.
사이즈는 솔직히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 뒤 편의점은 다시 열렸고,
준비했던 아저씨는 여전히 어두웠다.
아무 말 없이 점퍼를 건넸다.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아저씨는 나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나는 차마 뿌리치진 못했고,
아저씨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는 가야겠다는
말과 함께 편의점을 나섰다.
출입문에 붙어 있던 거울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인도했던 그 소녀.
아저씨의 딸 모습이 거울 속에 비쳤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사자가 있었다.
'미션 클리어.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라 해도
너 얼굴로 그 옷을 주는 건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손을 좀 썼지.
이미 골든 타임을 놓친 몸엔,
살고자 하는 부유령도
약해진 몸을 받아들이기엔 리스크가 크지.
그 소녀는 너의 뒤를 이을 거야.
임시직 보단 정규직이 필요했는데
마침 적임자가 나타났네?
언젠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
그녀가 인도하길 원했거든.
먹어, 기억을 잊게 해 줄 거야.
온전한 기억을 갖고 살아가기 힘들 테니.
기억은 서서히 사라질 거야.'
내가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연 순간
사자가 입에 사탕을 물리고 사라졌다.
내가 본 드라마에선 차를 주는데,
실제로는 사탕을 주는 거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사탕은 다 녹아 없어졌다.
아 종도 반납해야 하나????
주머니를 뒤져 보니
내 주머니에 종은 더 이상 없었고,
주머니엔 저승길에서 만난
여직원이 준 쪽지만이 있었다.
'빛이 나는 아이'
아, 그 여자.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지??
분명 어릴 때 봤는데...
옛날 앨범을 들춰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엄마다.
엄마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다.
그 시절의 모습을 난 알아보지 못했다.
매일 아프기만 했던
엄마의 모습만이 내 기억에 있었고
약에 의해 붓고, 아프다는 말에
짜증만 냈던 나였다.
엄마도 젊었던 시절이 있었고
나를 낳기 전의 모습이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나를 살리려던 엄마의 모습이
기억이 나려다 희미해진다.
그때의 기억,
기억이 희미해진다.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왜 앨범을 들고 있었지???
아, 우리 엄마 젊었을 때 이뻤네.
조만간 엄마의 기일이 다가오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