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다란고양이 Sep 27. 2024

정신없는 사람의 소지품

은 당연 사라질지어다.

생각을 해보면 큰 일들은 없었을 뿐이지
순탄하게 살진 않은 것 같아요.

어릴 때의 우선순위는

당장 하고 싶은 것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현실에서 우선순위는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하는 것인데
어릴 때 전 그걸 하지 못했더라고요.

예를 들면,
저번주부터 시작된 그림 그리기 숙제가
이번주 금요일 까지란 것을

공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루고 있다가 기한이 한참 남은
오늘 안내받은 글짓기 숙제를

마무리짓는다던가.

하는 것들이랄까요?


그래서 제출하지 못한 것들도 참 많았습니다.
사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일지도 몰라요.
뭐랄까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그것 보단 이것이었으니까요

또 다른 로는
내일 있을 음악수업에 쓸 단소 살 돈을 받아 놓고
다음 주에 체육 시간에 가져갈

줄넘기를 산다던가 하는 일들이 수두룩 빽빽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술시간에 음악준비물을
체육시간에 국어준비물 같은 것을

잘도 가져갔습니다.


어릴 때부터 준비한 하이브리드 정신,
지금에는 그래도 융합정신이 아니었나?
하고 우겨도 봅니다.

어릴 때는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투두리스트라거나
미리 알림 같은 것이 없었기에,
늘 수첩 같은 것을 갖고 다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잃어버렸다는 게 함정이었어요.
하려고, 무언갈 사려고 리스트를 적고 나갔는데,
수첩이 없어진 마법이 늘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수첩을 찾겠다고 리스트들을

해결하지 못했죠.

없으면 할 것, 살 것들을 생각해야 하지만

수첩을 찾겠다고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요.

수첩만 없어졌으면 얼마나 다행이게요.
저는 지갑, 시계, 하물며 들고나간 가방까지
다양하게 흘리고 다녔어요.

물품을 찾으러 버스 종점,

지하철의 유실물 센터를 얼마나 다녔는지.


한국의 다양한 기후 덕에
제 월급의 팔 할은 우산 사는 데 쓴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지하철, 버스, 식당, 카페에

다양한 기부를 하고 다녔습니다.

한 번 잃어버리고 말아야 할 것들 외에도

잃어버리면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들도

당연히 많이 잃어버렸죠.


그렇기에 전 늘 신분증을

수시로 재발급받았는데요.
한 번은 행정복지센터에서

같은 사진을 쓴다고 재발급을

거절당한 적이 있어요.

요즘처럼 코 턱이 사라질 정도로

포샵을 한 것도 아니고,

AI에 의해 창조된 사진도 아니고

지하철 역사에서 대충 찍은

누가 봐도 나라는 사진을

거절당할 때의 그 당황스러움을

아시나요??


반년도 안 되어 신분증을 위해

또 사진을 찍긴 너무도 아까워

지난번 재발급 때 찍은
10장의 사진 중 하나를 냈는데

거절받은 심정 아시나요???
그래서 누가 봐도 나니까

한 번만 더 해달라고 해서

겨우 발급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또한 카드 재발급 신청은 수시로 해서

회사에서 수령을 자주 했었는데요.


회사에서는 절 카드깡하는 애로 알았을 겁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카드를 재발급받으니 말이죠.
커다란 고양이씨는 씀씀이가 꽤 큰가봐...?
라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중에 제일 많이 잃어버렸던 건

우산이었지만 그다음은 열쇠,

이건 뭐 걸핏하면 잃어버려서
동생과 는 부모님이 올 때까지

집 근처 놀이터나
추위 더위를 피해 어딘가 있었어야 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도어록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지금 생각해 보니 덜렁거리는

형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간 동생에게
엄청나게 미안해지네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봐야겠어요.
차단은 하진 않았겠죠???

혹시 여러분은 버스표를 사용해 본 경험 해 있나요?

만약 있다면 당신은 저와 같은 연배...


저 때는 말이죠.
버스를 탈 때 버스표 열개 들이를 한 번에 사서

하나를 뜯어서 탈 때마다 내고 타곤 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옷에 그걸 그대로 넣고 빨아서

버스표 상태가 너덜너덜해지고,
주머니에 잔돈이나 현금을 그대로 넣고

빨아서 세탁기는 세탁기대로 고장이 나고
돈은 돈대로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때 제 뒤만 따라다니면 누군가는
한 살림 차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는 아니랍니다.
그나마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지갑 신분증으로
대체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죠.

대신 그놈의 블루투스 이어폰케이스는 

수시로 잃어버립니다.
집에 오니 이어폰만 있고

크레들(케이스)은 없다던가,
헬스장에서 운동 후 아무 생각 없이

사물함에 그대로 두고 오거나,
어디서 크레들을 충전하고

그대로 놓고 집에 오는 경우가 허다했죠.
가끔 중고마켓에 올라오는
'이어폰 한쪽만 팔아요, 충전기만 있어요.'의
주인공이 바로 저란 사실입니다.

여러분자주 잃어버리는 게 있나요?

아, 없다고요.

다행이네요...

이전 02화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