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평화로움은 절대로 방해받아서는 안 되는 것일 듯합니다. 심지어는 그게 다시 찾아온 사랑일지라도 말이지요. 2015년작 "I'll See You in My Dreams"은 남편과 사별을 한 지 20여 년이 넘어가는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 Carol 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전직 교사였던 Carol 은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은퇴하여 평안하게 삶을 살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샤핑도 하며, 그리고 심지어는 어느 친구와 같이 노인들을 위한 matchmaking event 에도 나가기도 하지요. 어느 날 우연히 Carol 은 샤핑을 하던 중 "당신은 그런 거, 아직 젊어서필요 없을 거 같소" 라며 짧은 칭찬을 하고 자리를 뜬 어느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 낯선 사람의 이름은 Bill이지요.
그녀의 집에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뒤뜰의 수영장을 청소하기 위해 오는 청년으로, 수영장 청소업체 소속 직원이지요. 그의 이름은 Lloyd. 아들이 있다면 그만한 나이입니다. 잔잔한 성격의 이 청년을 보고 Carol 은 안쓰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더 많은 시도를 할 기회가 있음에도 너무나 느린 삶을 살고 있는 Lloyd를 조금씩 채근하며 더 의욕적으로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요. Lloyd는 음악에도 관심이 있어서 작곡도 하는데, 예전 미혼시절 가수였던 Carol 은 나중에 그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고 합니다.
이렇게 새로 생긴 '친구'인 Lloyd 와도 Karaoke 에도 같이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밤늦은 샤핑을 하다가 경찰관의 '조사'도 받으며 즐거운 생활을 하는 Carol입니다.
그러던 중 Bill 은 어느새 Carol 이 살고 있는 평안한 삶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 또한 방해받기 싫은 삶을 살기 위해 자식들에게도 유언 한 장 없이 자신만의 노년을 즐겁고 편안하게 보내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평화 속에서도 Bill 은 Carol과 좀 더 깊은 관계가 되길 원합니다. Carol 도 그가 싫지는 않지만 누군가와 같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게 사랑일지 아닐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주저하지요.
노년기에는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Carol 에게도 이런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하지요. 꽤 오래전에 경험했던 그 슬픔을 다시 당하게 됩니다.
Carol을 위로하기 위해 Lloyd는 그녀에게 그가 만든 노래를 처음 들려줍니다. 어색한 악기 연주와 악기와 잘 맞지 않는 목소리가 안쓰러울 정도로 보이지만, 그래도 Carol 은 잔잔하게 그를 바라보고 끝까지 노래를 듣습니다. 큰 슬픔을 다시 당하게 된 친구를 위로하는 진정한 친구의 노래였지요. 나이 차이가 30년 이상 나는 이 두 사람들의 우정이 참 아름답습니다.
Blythe Danner 가 Carol Petersen으로, Martin Starr 가 Lloyd의 역을, 그리고 Sam Elliott 이 Bill의 역을 한 이 영화의 노래 또한 참 잔잔하고 평화롭습니다. 그중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Lloyd 가 부른 노래는 사실 실제 가수가 부른 노래랍니다. 제목이 바로 영화 제목과 같지요. Keegan Dewitt의 version (곡 및 가사)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메시지와 참 잘 닿아 있습니다:
Roger Ebert는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그의 '제자'들은 계속 그의 이름으로 영화평론을 내고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인 Glenn Kenny라는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한 critic 도 냈는데, 괜찮습니다 - 평론가가 괜찮다는 의미가 아닌, 그가 써낸 평가가 괜찮더군요:
It’s always a pleasure to see Blythe Danner in a movie. And it’s even more of a pleasure to see Blythe Danner in a good movie. No, not a good movie. A really good movie. Which “I’ll See You In My Dreams” actually is, its iffy (but explainable) title notwithstanding. (중략) While I was indeed moved by the film’s gentle conclusions with respect to life and aging, I was on the whole more impressed by how genuinely amiable the movie is: it’s an hour and a half spent with fictionalized people who are a real pleasure to “be” with. That is no small thing.
네, 동의합니다. 같이 하기에 참 편한 캐릭터들과의 1시간 30분 남짓한 즐거운 시간 - 삶과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잔잔한 접근 -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의 일부이기에 이 영화는 참 좋은 영화입니다.